[3차영해침범 긴박했던 순간]北선박 한때 막무가내로 들어와

  • 입력 2001년 6월 5일 19시 00분


북한상선 대홍단호가 2차로 영해를 밀고 들어와 제주해협을 통과한 4일 저녁부터 5일 새벽까지 군 수뇌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최선의 군사작전을 위한 방책 마련에 골몰했다.

군은 우선 유엔군사령부 교전규칙에 따라 온갖 '경우의 수'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일단 항로변경 종용→밀어내기 기동→경고 사격→강제 정선(停船)→특수전 요원 투입까지 단계적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또 강제 정선을 위해 어망을 깔아 스크류에 엉키게 하거나 앵커(닻)를 발사해 스크류를 정지시키는 방안 등 세부전술도 논의됐다.

이렇게 마련된 지침에 따라 현장에는 해군과 해경 경비함 8척 외에 1만t급 군수지원함이 추가 투입됐고, 이들 함정은 대홍단호를 에워싼채 밀고밀리는 기동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대홍단호가 저지선을 뚫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자 국방부내 지하상황실 분위기는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 발포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0㎜ 발칸포나 76㎜ 기관포를 통한 경고사격 이후의 작전은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 비무장선박에 대한 발포가 외교적으로 어떤 문제를 낳을지 다시한번 따져봐야 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대홍단호가 해경정에 보내온 메시지. "제발 이번만은 봐달라"는 하소연조가 강경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특히 "좀더 인내해보자"는 군 수뇌부의 결론은 "한미연합사측 의견과도 일치했다. 군 관계자는 미측은 정전협정 위반보다는 국제해양법 등에 대한 판단을 우선시했다"고 전했다.

결국 5일 새벽 1시경, 대홍단호가 제주해협을 지나 영해기선을 벗어나면서 비로소 상황실 곳곳에선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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