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 국정원장 "국내정보수집 강화하겠다"

  • 입력 2001년 3월 29일 23시 22분


국가정보원의 국내분야 정보수집 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신건(辛建) 신임 국정원장은 27일 취임사에서 “국정원이 그동안 대북문제와 외교 분야에서 애쓴 것을 안다”며 “그러나 이제부턴 그에 못지 않게 국내분야도 챙겨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그는 특히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정책 혼선과 관련해 국정원의 역할이 미흡했음을 지적하면서 “국정원은 국정 전반에 대한 예고(豫告)정보를 챙겨서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신 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임동원(林東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대북문제에 주력하면서 국내분야 정보수집에선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여권 내의 불만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검중수부장과 법무차관을 지내고 현 정부 출범 직후엔 국정원의 국내담당 2차장을 역임했다.

신 원장은 또 취임사에서 △철통같은 안보 △정보기관으로서의 대국민 무한책임 △대통령에 대한 충성스러운 보좌 등 3가지를 업무지침으로 제시하면서 “정보기관이 불야성을 이루면서 말없이 일할 때 국민이 편안해진다. 어떤 일이 나라를 위하고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것인지를 밥 먹고 술 마실 때도 항상 생각하며 행동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피와 눈물, 땀밖에 드릴 것이 없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내가 앞장서 땀과 눈물을 국가에 바칠 각오인 만큼 여러분들도 따라달라”고 강조했다는 것.

신 원장은 30일 오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첫 주례보고를 한다.

한편 국정원 관계자들은 “신 원장은 과거 2차장 시절에도 밤늦도록 근무하는 것이 다반사였다”면서 “국내분야 정보수집과 관련한 국정원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국내분야 정보력 강화 방침에 대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면 정책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원론적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신 원장의 취임사엔 국내정치 개입의도가 담겨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