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위 초점]"문서합의도 없는 실패한 방북"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40분


16일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보고받기 위해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 회의에서는 김장관 방북의 성격과 역할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장관의 방북이 시기와 목적, 초청 기관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의문점이 많다”며 ‘대북특사설’을 제기하면서 “문서 합의도 없고 초청자인 북한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이번 방북이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5차 장관급 회담이 열리지 못했지만 남북간 관광 및 체육 교류에 성과가 있어 다행”이라며 남북간 교류 확대를 위한 보완책을 촉구했다.

고흥길(高興吉) 정병국(鄭柄國·이상 한나라당)의원은 “김장관의 방북 시점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보인 미묘한 시점”이라며 “정부의 밀사자격으로 가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대가로 무엇을 주기로 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또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은 “이번 방북은 굴욕적인 대북 저자세 협상 태도를 보여준 실패작”이라며 “월드컵 분산 개최와 아시아경기 단일팀 개최 등 중요한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鄭鎭碩·자민련)의원은 “좌초 위기에 빠진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 때문에 방북한 것 아니냐”며 “북한이 금강산관광사업에 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경 분리원칙을 수정한 셈”이라고 따졌다.

그러나 이미경(李美卿·민주당)의원은 “관광 교류에 합의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하면서 “개성은 고려의 500년 도읍지로 많은 문화유산이 있는 만큼 문화재 보호 대책도 함께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최용규(崔龍圭·민주당)의원은 “북한측이 백두산과 평양, 묘향산도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만큼 이들 지역까지 연계한 관광 코스를 개발하는데도 북한측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답변에서 “4차 장관급회담 때 북한측과 문화 관광 체육 분야에 관해 별도의 논의를 하자고 했고, 그에 따라 북측의 초청을 받아 간 것”이라며 “김위원장을 만나거나 어떤 대가를 주기로 약속한 것은 없다”고 특사설을 부인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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