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前주한 美대사]"플루토늄 추출 우려 경수로 재검토해야"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32분


릴리 전주한미대사(왼쪽)과양성철 주미대사
릴리 전주한미대사(왼쪽)과
양성철 주미대사
미국의 대표적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 브루킹스 연구소는 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7일)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를 점검하는 세미나를 각각 열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대사는 헤리티지 재단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통해 94년 북한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키로 한 제네바 합의를 재검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것을 주장했다. 릴리 전대사는 “우리는 젖을 떼듯 점진적으로 제네바 합의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나 합의 자체를 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사용한 ‘젖을 떼다’는 표현은 기본합의의 대안을 모색할 때 이유(離乳)에 따른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수로 바람직하지 않아▼

릴리 전대사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우려가 있는데다 북한은 전력공급을 시급히 필요로 하고 있으므로 경수로 제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경수로 완공 때까지 북한에 제공키로 한 중유 제공 비용으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지어줄 것을 제안했다. 북한에 연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하는 비용이 처음엔 3000만달러 정도였으나 그후 유가 상승으로 최근엔 1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므로 차라리 화력발전소를 경수로와는 별도로 지어주는 게 어떠냐는 것.

이에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는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은 이론적으론 가능해도 영국 프랑스도 실제론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 수준으론 어려운 일”이라며 화전 건설에 드는 비용과 소요기간 등을 고려하면 대안 고려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양대사는 특히 제네바합의는 한국 일본 유럽 등도 관련된 국제적 합의이므로 수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제네바합의 수정 말아야▼

한편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서 조엘 위트 객원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은 물론 북한에도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그러나 이번 회담은 한미 양국 지도자간의 상견례 성격이 짙고 특정 현안에 대해 협상을 벌이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에 관한 한미의 입장조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나 이에 너무 집착하면 다른 현안이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이 NMD 문제에서 러시아 편에 섰다는 뉴욕 타임스 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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