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사설로 본 올해 북한 정책 전망

  • 입력 2001년 1월 1일 16시 00분


당보, 군보, 청년보에 발표된 북한의 공동사설은 북한의 한해 정책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99년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을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으로 설명하고 경제강국 건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해에는 3대강국 건설을 더욱 구체화한 `3대 기둥'을 설정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올해의 대내외 정책을 한마디로 규정한 `21세기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자주정치, 단결의 정치, 애국애족의 정치)을 내놓기도 했다.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한 기세로 새 세기의 진격로를 열어 나가자'는 제목으로 나온 공동사설을 중심으로 올 한해의 정책을 전망한다.

▲대외 정책 =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한해 동안 전방위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이탈리아(1.4), 필리핀(7.12), 영국(12.12)과의 수교 및 호주(5.8)와의 외교관계 복원 성과를 보였던 북한은 올해 본격적인 대외관계 개선 정책을 추진해 나갈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21세기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히면서 이의 첫번째 원칙으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내용으로 하는 `자주정치'를 표명했다.

`자주정치'는 이번 공동사설에 명시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들이라면 그 어떤 나라든지 대외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며 세계의 자주화와 인류의 평화 위업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은 지난해 말에 한해를 결산하면서 2000년을 `자주외교의 위대한 승리의 해' 로 규정한데 이어 공동사설에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볼 때 자신감을 바탕으로 독일, 스페인, 캐나다 등 유럽지역 국가들과의 수교는 물론 공세적인 외교활동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2000년 공동사설이 정치-경제-남북관계-대외관계 순으로 언급했지만올해에는 정치-대외관계-경제-남북관계 순으로 거론한 점도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대외관계 개선에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말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북ㆍ미 공동 코뮈니케를 이끌어내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방북하는 등 양국 관계개선이 두드러졌지만 이번 공동사설에서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통일 정책 = 앞으로 통일관련 부문에서 북한 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보인다.

공동사설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것보다 더 절박한 과업은 없다"고 역설하면서 "올해에 우리는 조국통일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 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현 시기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중대하고도 원칙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통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남북 공동선언을 내세워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실현을 부쩍 강도 높게 촉구해 나갈 것으로 추측된다.

공동사설도 "조국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룩하는 길은 북과 남이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서로 연합하여 하나의 통일국가를 세우는 것"이라며 "북과 남은 서로의차이점을 뒤로 미루고 민족적 공통성에 기초한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민족대단결에 저촉되는 온갖 제도적, 법률적장애가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을 놓고 볼 때 한동안 잠잠했던 `국가보안법철폐' 주장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국방부가 지난달 초 2000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규정한 데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했던 북한이 이번 공동사설에서 남한에 대한 부정적 대목을 단 한차례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남북관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정책 =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21세기에 상응한 국가경제력을 다져 나가는 것보다 더 중대한 과업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더 중대한 과업은 없다"로 표현된 것은 "보다(더욱) 큰 힘을 넣어야 할 전선"이라고 강조한 지난해 공동사설,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규정한 김일성 주석 6주기(2000.7.8) 노동신문 사설 등과 비교할 때 경제회생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지를보여주고 있다.

특히 "선군혁명의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강력한 국가경제력을 다져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공동사설의 한 부분은 지난해 군인들이 안변청년발전소 등 주요 건설사업을 담당했던 연장선상에서 이들의 역할이 한층 높아질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새로운 환경, 새로운 분위기에 맞게 우리식의 경제관리체계를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한창 가속될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전력공업, 석탄공업, 금속공업, 철도운수를 설정한 것은 극심한 전력난 해결에 대한 북한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우리는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최대의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 역시 주민생활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1차 소비품과 기초식품 등 경공업 제품 증산과 농업 생산성 증대에 한층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를 21세기 경제강국 건설의 새로운 진격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구호가 새롭게 등장한 것도 경제건설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군 정책 = `선군혁명정치'는 올해에도 북한 당국의 군 정책으로 강조됐다.

공동사설은 "이 세상에 제국주의가 남아 있는 한 인민군대의 과녁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면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지...선군혁명 노선을 생명선으로 삼고 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동사설은 또 선군혁명 노선에 대해 `우리 시대 혁명의 영원한 전략적 노선',`사회주의 건설의 만능의 보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위ㆍ경제건설 등 각 부문에서 군대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추측된다. 공동사설은 최근 몇해간 진행됐던 `고난의 행군' 당시 발휘된 `혁명적군인정신'과 `총폭탄 정신', `자폭 정신'을 강조했다.

특히 `혁명적 영군(領軍)체계' 확립과 `군풍이 확고히 선 무적의 강군', `항일유격대식 기풍이 차넘치는 불패 혁명군대'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국가 보위 차원에서`훈련제일주의' 구호 아래 전투ㆍ정치훈련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 대목은 앞으로 북한 내에서 군부의 위상이 한층 제고될 것임을 보여준다.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올해 공동사설이 "수령결사옹위가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행동의 구호, 실천의 구호가 되게 하여야 한다"고 밝힌 대목으로 추정해 볼 때 군부의 사상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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