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대화록]경제-남북-정치-사회문제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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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

▽이총재〓국민이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하는데 대통령과 경제각료들만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말해 왔다. 구조조정은 실패했다.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대우그룹 부실문제를 일찍 처리하지 못하고 1년 넘게 끌다가 99년 8월에 와서 처리한 것은 큰 잘못이다. 대통령의 말을 시장에선 아무도 믿지 않는다.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처리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현대그룹의 부실을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덮지 말고 정공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대는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예금보호한도제 같은 정책은 금융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김대통령〓경제문제와 관련해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심해야 하고 주의 깊게 해야 한다. (97년) IMF 때도 당시 정권에서 위기라 하지 않았다. 내외부적 요인이 겹쳐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대우그룹 처리에 1년 이상 걸려 부실을 키웠고, 정부의 결단도 늦었다. 김우중 회장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4대개혁 12개 항목은 매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12월말까지 금융구조조정을 끝내겠다. ‘차근차근 하라’는 말은 잘 이해하겠지만, 하루하루 늦을수록 손해가 많이 늘어난다.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한보문제 때문에 현 정권이 크게 고생하고 있다. 현대그룹 문제는 정공법으로 하고 있다. 정부도 능력에 맞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북투자를 승인해줘야 하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나 무리 없이 투자되도록 할 것이다. 예금보호한도제의 유보문제는 정부에서도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이총재〓정부가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과 최저임금법 등을 처리할 테니 우리 당이 제출한 개혁 법안들도 통과시켜 달라.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감축 특별법, 대북지원특별법 등이 통과되어야 한다.

▽김대통령〓고맙다. 야당의 입법도 충분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 정책협의회 가동이 그래서 꼭 필요하다.

▽이총재〓공적자금은 국민의 피다. 올 초 우리 당이 부채와 재정적자를 문제삼고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했을 때 대통령과 정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선거가 끝나자 30조원이 필요하지만 회수해서 쓰면 된다고 했다가, 다시 50조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사용 근거와 책임을 따지겠다.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당한 고통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김대통령〓국민과 야당에 미안하게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다른 말을 한 것이 됐다. 국가로서 공적자금이 필요하게 된 것은 64조원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처리를 해 가는 중 대우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공적자금문제는 국회가 논의해서 필요하면 수용하는 게 좋다.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주가가 회복되면 정부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문제▼

▽이총재〓남북문제를 너무 서두른다. 일의 선후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임기 내에 업적을 다 이루려고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대통령〓55년 만에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손대는 것도 있고 해서 그렇지만 서둘러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되는 것도 아니다.

▽이총재〓국방장관회담을 구걸하듯이 했다. 포괄적 긴장완화에는 성과가 없고 경의선 복원 문제만 된 것 아니냐.

▽김대통령〓국방장관 회담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기로 했고 6·15 남북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래서 대단히 의미가 있다. 또 경의선 복원공사에 남북 군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2차 회담에서는 긴장완화에 대한 진전이 더 있을 것이다.

▽이총재〓과도한 대북지원과 무리한 대북투자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 현대 위기가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김대통령〓정부가 책정한 예산의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현대 문제는 걱정이 돼 많은 부분을 승낙하지 않고 있다.

▽이총재〓비전향장기수는 돌려보내면서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문제는 법이론적으로 따지면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시끄럽다. 핵심은 인도적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해 궁극적으로는 상봉하고 재결합하는 것이다. 정부는 실사구시의 원칙에 따라 이를 실현시키도록 할 것이다.

▽이총재〓그래서는 안되고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반대하지 않으나, 엄청난 지원이 계속될 것 같은데 사전에 식량사정이나 농업구조 개선상황, 우리의경제사정을 감안해야 하지 않았느냐.

▽김대통령〓그런 것들을 감안하려고 했는데, 논의과정에서 곡가가 올라서 그렇게 됐다.

▽이총재〓북한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통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가 6·15선언이 바른 통일을 위한 진전이라고 평한 것을 보면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걱정이다.

▽김대통령〓(김정일위원장 얘기를 소개하면서)북한의 태도는 남북연합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군철수 주장을 철회하고 국가보안법은 남쪽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한 것은 큰 성과다. 북―미 관계가 개선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것이 북―일 관계개선으로 이어지면 한미일 3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의 차관도 가능하고 투자도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연방제는 외교 군사권을 중앙정부에 일임하는 것인데 ‘낮은 단계 연방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방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진전상황을 야당과 협의하겠다. 어쩌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상황이 생길 것이다.

▼정치문제▼

▽이총재〓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을 버리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정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로서 야당과 대적하는 한 대통령과 투쟁하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김대통령〓참고하겠다.(박준영수석은 “이총재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으나 권철현대변인은 이를 부인)

▽이총재〓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의회내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자민련 문제는 총선 민의가 그렇게 됐는데 민주당이 자꾸 자민련과 합세해서 하기 때문에 원외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대통령〓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나라당이나 우리나 과반수 못된 것은 사실이다. 자민련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국민의 의사다. 유신 시대 전에 교섭단체 정족수가 10명 이내였다.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자민련을 무시할 수 없다.

▽이총재〓날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대통령〓날치기도 문제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도 문제다. 원외투쟁할 것이 아니고 원내에서 토론했으면 좋겠다. 13대 때도 비록 여소야대였지만 97%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3%만 표결로 처리했다.

▼의약분업▼

▽이총재〓의약분업은 절대로 해야 되는 정책이지만 논란이 많다. 준비 안된 의약분업 강행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했고, 국민이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다. 당초 이런 의료대란이 예상돼 우리 당은 6개월 시범 실시 후 보완할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대통령〓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협상이 거의 되고 있다. 포장단위와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지원에 대해서만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더이상 환자를 볼모로 폐업해서는 안된다. 즉각 진료에 복귀해야 한다.

▽이총재〓대통령 말대로 정말 타협되기를 바란다.(이총재는 이어 의약분업에 대한 몇가지 제안을 했으나 정부와 의료계의 타협이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될 것이라는 청와대측 주장을 감안해 제안 내용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권철현대변인이 소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이총재〓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국민의 80%가 믿지 못한다. 일단 국정조사를 실시한 뒤 미흡하면 특검제를 도입해 정권 스스로 도덕성을 증명해야 한다.

▽김대통령〓박지원전장관에 대해 한나라당이 너무 가혹했다. 상당히 억울하게 사퇴를 한 것 같다. 검찰이 수사하는데 그것을 너무 정치적으로 해임해라, 구속해라 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다.

▽이총재〓결국은 특검제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선거사범 처리▼

▽이총재〓선거부정에 대한 편파 수사가 극심하다. 너무나도 명백한 여당의 부정행위에 대해 검찰이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하고 있다. 지난 영수회담에서 부정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리한다고 했는데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내가 들어보면 야당은 야당대로 불공정하다고 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손해를 본다고 주장하더라. 이 문제는 검찰이 공정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이총재〓안기부의 신한국당 자금 유입 수사는 또 한번의 한심스러운 정치 보복의 작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이 정권은 정치자금 및 선거자금과 관련해 구(舊)여권의 계좌추적과 조사를 수도 없이 했는데 이제야 뭐가 발견됐다는 것인가. 이런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의 악순환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김대통령〓이 문제는 나도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알게 됐다. 나도 아는 바가 없다. 안기부 계좌가 차명인지 나도 아무 것도 모른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쟁점현안에 대한 여야 영수 시각 비교
쟁 점이총재김대통령
대북지원속도가 너무 빠르고 지원규모도 과도하다, 대북지원은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그동안 못하던 일을 하다보니 그렇게 보일뿐이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지원은 정부 예산범위안에서 하겠다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문제

비전향장기수만 보내고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인도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겠다, 실사구시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풀되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예금자

보호한도 철폐

금융기관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보하자정부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적 자금 문제정부가 미적거리다 뒤늦게 공적 자금 추가조성에 나선 것은 문제다, 국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국회 심의가 필요하다, 대우사태 때문에 예상못한 소요가 늘어났다, 주식시장 회복되면 회수가능하다
대통령

당총재직 사임

공정한 국정운영 위해 필요하다이총재의 말 참고하겠다
자민련 교섭단체

요건 완화

민주당이 자민련과 합쳐 수의 정치를 펼치려 하므로 안된다자민련의 현실적 영향력 무시할 수 없다,국회법 따라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국민들은 검찰 수사 안믿는다,특검제로 명백히 밝혀야 한다일단 수사결과를 보고 판단하자, 특검제는 실효성 낮으므로 국정조사로 풀자
선거

사범처리문제

여당봐주기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정치적으로 검찰에 지시를 내릴 수 없다,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
15대총선 안기부자금 유입설한심스러운 정치보복이다, 오래전일 수사하는 검찰 행태 납득 안된다이 건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정부와 관계 없다
의약분업 온국민이 고통을 당하는 비상사태다, 정부 협상이 성사되기를 바란다야당이 건의한 보건의료발전특위를 설치하겠다, 의사들은 당장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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