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물 버섯 임의배분 논란…"북 선전해준 꼴" 비난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3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송이버섯은 박재경(朴在慶)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부총국장(대장)이 11일 들고 왔다. 그는 송이버섯만을 전달하고 곧바로 평양으로 되돌아갔다. 서울 체류시간은 6시간 남짓. 북한측은 박대장의 방문 목적이 ‘송이버섯 전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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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 당국자간 대화가 남북간의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그가 버섯만을 주고 돌아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는 우리측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의 공식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이는 북측이 군사적 긴장완화문제에 여전히 소극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놓고 간 송이버섯의 처리 또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버섯은 김위원장이 6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남측 대표단과 8월에 김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했던 남측 언론사 사장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던 것. 총 3t 분량에 267명 분(상자)으로 포장돼 있었다.

김위원장은 이 송이버섯을 전달할 234명, 즉 평양 정상회담 대표단과 남측 언론사 사장들의 명단도 함께 보냈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나머지 33명의 명단은 보내지 않았다. 북측은 이 33인분에 대해서는 “남측이 알아서 각계 인사들에게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11일 오후 전직 대통령, 3부요인, 국회 외무통일위와 정보위 소속 의원들, 재계와 언론계 인사,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에게 이 송이버섯을 일제히 전달했다. 송이버섯을 전달한 정부측 실무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많은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위원장은 선의로 보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받을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김위원장을 대신해서 송이버섯을 남측의 주요 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평양에 가지 않았던 인사들의 경우 송이버섯을 받을 것인지를 물어 본 연후에 전달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국가기관이, 그것도 청와대가 김정일의 심부름을 대신해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위원장이 만약 북한의 체제 선전물을 그런 식으로 남한의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해달라고 하면 청와대가 전달해 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생각지도 않게 송이버섯을 전달받은 인사들 중 일부는 이를 즉각 통일부에 반환하기도 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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