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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3일 2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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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방북 언론사 대표단이 12일과 13일 모여 종합한 자료를 토대로 한 대화 요지.
▼통일문제▼
▽김위원장〓통일문제는 지금까지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북남 공히 과거 정권 탓입니다. 그런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진 6·15선언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다.
▽방북단〓서울 답방은 언제쯤 하시겠습니까.
▽김위원장〓빨리 해야 될 텐데….
▽방북단〓시드니 올림픽에 초청받을 경우 가시겠습니까.
▽김위원장〓서울을 먼저 가야죠. 남북상급(장관급)회담 1차, 2차에서는 인사하는 수준 정도로 하고 다음 3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여나가겠습니다.
▼남측 언론관▼
▽김위원장〓남측 TV를 보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서거하기 3주 전부터입니다. 남측 신문은 죽 보다가 8년 전부터 눈이 나빠져 지금은 잘 안봅니다. KBS는 섭섭한 게 많지만 이제 나무라지도 않겠습니다. 6·15선언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다.
▽방북단〓국방위원장의 시조인 전주 김씨 묘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화진포는 과거 북한 땅이었는데 6·25전쟁 이후 남쪽 땅이 됐습니다. 개성과 화진포를 바꾸면 어떻습니까.
▽김위원장〓안됩니다. 북측에서는 본(本)은 이조말기에 모두 팔아먹어 버렸습니다. 본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남쪽에 가서 그곳에 갈 수 있으면 시조묘를 참배하겠습니다.
▼미사일 문제▼
▽김위원장〓빌 클린턴 정부가 얼마 있으면 끝나는데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할지…. 미국이 골머리 아프겠지, 우리한테 돈주기는 싫고, 과학자 연구는 막아야 하겠고, 골치 되게 아플 겁니다.
▽방북단〓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줘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는데….
▽김위원장〓왜곡 과장된 것입니다.
▼서울답방▼
▽김위원장〓서울에 가서 김대통령을 만나야죠. 언론사 사장들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또 김대통령 신의를 봐서라도 가서 만나야죠.
▼현대아산문제▼
▽김위원장〓현대에 개성 관광단지와 공업단지를 꾸밀 수 있도록 개성을 줬는데 이건 6·15선언 선물입니다. 공업단지도 해주보다 개성에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관광 공업단지가 생기면 이것저것 보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겠느냐 이렇게 얘기를 해줬더니 정몽헌이 입이 찢어져 갔습니다. 온 김에 부지를 보고 가라고 했더니 보고 갔습니다. 현대에 특혜를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성은) 서울에서 오기도 쉽습니다. 거기가 거기죠.
▽방북단〓남북한에서 백두산과 한라산 관광을 100명씩 교차관광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백두산에 있는 지리학자가 한라산 백록담을 꼭 보고싶다고 그럽디다.
▽김위원장〓그럼 99명을 우리가 선택할 테니 한명은 박장관(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선택해서 100명을 연내에 교차관광시킵시다. 나는 한라산 일출을 보고 싶습니다. 왜 상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 안했나. 용순(김용순)비서, 교차관광문제를 추진하시오. 조직하시오.
▼이산가족 문제▼
▽김위원장〓남쪽에도 숨어있는 사람까지 치면 이산가족 수가 굉장할 것입니다. 이곳에도 숨어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위원장(본인)이 남쪽에 간다고 하니 이젠 너도나도 가겠다고 나타납니다. 언론사가 잘 써줘야지.
▽전금진 내각책임참사〓잘 부탁합니다.
▽김위원장〓청탁하지 마시오. 언론이 알아서 잘 써야…. 이산가족 문제는 준비없이 갑자기 하면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비극적 역사로 끝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50년간 서로가 지워버릴 일이 있는 처지입니다.
▼막걸리▼
▽김위원장〓우리 군대가 전쟁때 낙동강까지 갔었는데 집집마다 동아리에 막걸리가 있어서 두세 사발 씩 먹고 비리비리하는 바람에 전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주영 영감이 막걸리를 30가지나 보내와서 조금씩 먹어봤는데 그 가운데 아주 맛좋은 게 있어서 “이게 제일 맛있더라”고 알려주니까 정회장이 “포천막걸리”라고 대답하면서 “어떻게 알아냈느냐”며 깜짝 놀랍디다.
▼경의선 철도연결▼
▽김위원장〓상급회담에서 착공날짜를 빨리 합의하십시오.
▽방북단〓금년 안에 서울을 방문하시겠나요.
▽김위원장〓국방위원회와 외무성이 토론중인데 아직 보고를 못 받았습니다. 남한과의 광케이블이 결정되면 일초도 안돼 남쪽에 알릴 것을 알려줄 수 있게 됩니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가죠? 가을에 가나요?
▼직항로 문제▼
▽방북단〓서울서 평양 올 때 곧바로 올 수 있도록 할 수 없겠습니까.
▽김위원장〓직항로 문제는 정부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고 군부가 문제인데 군대 문제는 내가 말해야 직항로가 열리게 돼 있습니다. 큰 대표단은 직항로로 곧바로 오십시오. 남북 모두가 휘발유를 사서 쓰는데 무엇 때문에 멀리 돌아서 다니면서 중국에 돈 써 가며 굽실거리나. 직항로를 하면 비행기에서 특수카메라로 다 사진을 찍는다고 군부에서 반대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미 인공위성이 우리 사진을 다 찍고 있는데 비행기 타고 찍는다는 게 문제될 게 있는가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박장관에게) 가수 이미자 김연자 이런 사람을 좀 데리고 오세요. 내가 초면에 쑥스러워 이 사람들과 뭐라고 인사하나. 구면인 박장관이 함께 있어야지.
▽방북단〓남측의 주필과 논설위원 등을 북한에 올 수 있게 초청해주세요.
▽김위원장〓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하십시오.
▼김위원장 건강비결▼
▽김위원장〓나는 생활을 사무실에 앉아서 우울하게 보내지 않습니다. 인민 속에 들어가 노래하며 즐겁게 함께 보냅니다. 간부들을 만나면 틀거리를 합니다. 간부들을 보면 신경질나요. 이 사람들은 고정된 틀 속에서 잘 변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거의 지방에서 인민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수영도 하고 말도 일주일에 한두번 탑니다. 열한살부터 하루 약 8㎞ 이상씩 40∼60㎞ 시속으로 말을 타왔습니다. 남측에서 경마하는 사람을 보내주면 내가 함께 타 보겠습니다. 그런데 보통 말을 내가 타면 다리가 부러질 것입니다. 영국말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데 발목이 약해서 내가 타면 발목이 구부러집니다. 하루 네시간 정도 잡니다. 나는 조직비서 생활을 20년 해왔습니다. 나는 모든 업무보고를 새벽3시까지 받아 반응을 다 종합해서 주석님께 보고드리고 나면 새벽4시가 됐습니다. 이런 생활을 20년간 해와서 그게 버릇이 됐습니다. 새벽 3시까지 종합보고 준비를 해왔지요.
▼예술과 김위원장▼
▽방북단〓춘향전과 비천무 등 네가지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김위원장〓비천무가 뭡니까. 중국에서 촬영한 것인가요? 내가 영화 본 소감을 광케이블을 통해서 1주일 내에 보내겠습니다. 내가 정치가가 되지 않았으면 영화 애호가나 평론가나 제작자가 됐을 겁니다.
▼남측 신문구독▼
▽김위원장〓판문점 연락사무소로 매일 신문을 넣어주세요. 우리가 신문을 일본을 통해서 돌아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는 달러가 없어 돈 내고는 못 봐요. 그냥 주기 어려우면 사장이 본 뒤에 손 때 묻은 것을 보내 주세요.
▼남측 언론보도▼
▽김위원장〓동아일보 기행문은 참 잘 썼습니다. 보는 그대로 써주면 됩니다. 우리를 과찬할 필요도 없고 깎아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10년 전에 김연자가 출연하는 가요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김세레나도 봤고 허준 프로도 봤지요.
▽김위원장〓판문점은 개성공업단지도 조성이 잘 되고 하면 우리가 새로 길을 내야 합니다. 판문점은 50년도 산물로 열강의 각축의 상징인데 판문점은 그대로 남겨놓고 새로운 길을 경의선 따라 내야 합니다. 정몽헌이한테 이런 이야기했더니 또 입이 찢어지더라고요. 50년대 산물인 판문점을 고립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금강산과 설악산 관광을 연결하는 것은 이천공오년(2005년)에 할 일입니다.
▽방북단〓(남한의) 만화영화와 컴퓨터 온라인 게임은 국제적 수준입니다.
▽김위원장〓북남이 함께 영화나 제작물을 만들면 남쪽이 50 가져가고 북측이 50 가져가고 돈이 다 우리 땅에 떨어집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다른 나라와 만들어야 합니까.
▽김위원장〓남측 텔레비전 대담을 내가 보는데 어떨 때 보면 북남관계 일이 있자마자 금세 사람들을 모아놓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찬성이냐 반대냐 라고 얘기들을 하는데 내가 보면 북조선 실정을 전혀 모르고 책만 보고 딴소리를 하더군요. 데려오시오. 쭉 데려와서 이런 사람들이 북조선을 보게 해야 합니다. 북에 뿔난 놈들 없으니 와서 봐야지요.
▽김위원장〓금강산에 있는 절들이 다 부서졌습니다. 정몽헌이가 내금강 관광권을 달라고 요구를 해와서 절을 다시 잘 지어주면 내금강까지 연장해 준다고 했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
▽김위원장〓박정희 평가는 후세들이 해야지 동참자들이 말해서는 안됩니다. 그때 그 환경에서는 유산이고 뭐고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위 민주화도 무정부적 민주화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미일 수교 문제▼
▽김위원장〓내 말 떨어지면 내일이라도 미국과 수교합니다. 미국이 테러국가 고깔을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있는데 이것만 벗겨주면 그냥 수교합니다. 그런데 일본과의 수교문제는 복잡합니다. 과거문제도 있고 청산할 문제도 있지요. 일본이 부당한 해명을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명치유신때부터 따져야지요. 일본은 일제36년을 우리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나는 자존심 꺾이면서 일본과 수교는 절대로 안합니다. 영사 대사 관계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나는 주권국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미사일개발▼
▽김위원장〓러시아가 로켓 원조국가인데 미국이 NMD다 뭐다 해서 러시아를 제쳐놓고 우리만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푸틴 대통령은 당연히 반대지요. 푸틴이 서울 가게 돼 있는데 서울 가면 잘 물어보세요. 미사일 문제는 내가 만든 것입니다. 북남 합쳐봤자 인구가 1억도 안되는데 그럴수록 명예를 중히 해야지요. 남쪽의 경제 기술과 북쪽의 정신을 합작하면 강대국이 됩니다.
▼국방력▼
▽김위원장〓내 힘의 원천으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모두가 일심단결하는 일이고 두번째가 군력(軍力)입니다. 외국과의 관계에서 힘도 군력에서 나오고, 내 힘도 군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친해도 군력을 가져가야 합니다.
▼서울 방문▼
▽방북단〓2박3일 방문으로는 제주까지 갈 수 없는데 4박5일로 오세요.
▽김위원장〓내가 4박5일간 서울을 간다면 간부들이 반대를 합니다.
▼남측 언론의 대북 기사▼
▽김위원장〓나는 언론사를 위해 일부러 잘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쌀이 모자란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주제에 그대로 보여줘야지 숨길 것 없어요. 숨기면 오히려 의심을 받습니다.
6·25는 열강에 희생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왜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 이제 계산은 그만하고 덮어놓을 것은 덮어놓고 통일이라는 큰 대업에 서서 인민들을 위해 선구자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