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출국 붐]말로는 '외교' 실제론 '외유'

  • 입력 2000년 8월 3일 23시 20분


파행국회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막을 내린 가운데 여야의원들의 본격적인 ‘해외 대탈출’이 시작됐다.

2일 당의 ‘대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미국무성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격 출국한 강운태(姜雲太) 이강래(李康來) 정범구(鄭範九)의원에 이어 3일에는 민주당 이종걸(李鍾杰)의원과 자민련 정진석(鄭鎭碩)의원이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기 위해 급거 출국했다.

이외에도 이 달 중 공식 외유(外遊)일정이 잡힌 여야 의원들은 50여명. 한나라당의 경우 미국무성이나 공화당의 공식초청을 받아서 나간 의원 9명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출국한 의원까지 합하면 모두 25명이 외유 중이다.

민주당도 3일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홍재형(洪在馨)의원을 비롯해 20여명이 외유에 나설 예정이고, 자민련도 방일 중인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비롯해 7, 8명의 의원이 해외로 나갔거나 나갈 예정이다.

국회 산자위와 환경노동위, 통일외교통상위 등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현장 시찰을 위해 각각 유럽과 캐나다, 중남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식의 ‘의원외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밖에 나가도 휴가철이라 그 나라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가 힘들어 일정이 대부분 관광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문국의 우리 대사관 직원들만 시달린다. 안내하랴, 주요 인사와의 ‘억지 면담’ 일정 잡으랴 정신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외국을 공식 방문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국회예산으로 경비가 지급된다. 의원 1명이 미국 뉴욕을 간다고 했을 때 지급되는 경비는 하루 458달러(67만원), 수행원 259달러(27만원). 여기에 의원 1인당 대개 1000달러씩 국회의장의 ‘촌지’가 주어진다. 의원들의 방문 일정이 평균 11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방문단별로 ‘혈세’에서 지급되는 경비가 5000만원을 가볍게 넘어선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외국에 갔다와도 귀국 보고서조차 부실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의원들의 ‘의원외교’는 ‘고비용 저효율’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전승훈·선대인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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