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비용 신고 '구멍'…10억 썼어도 신고액은 1억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8분


“이번 선거가 그렇게 깨끗했나.”

16대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지출신고액을 본 유권자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의문이다. 신고자 1037명 전원이 법정 한도액을 다 지켰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출마자들이 선관위에 낸 신고내용 자체가 유권자들의 ‘체감비용’과 너무 괴리가 크다.

이는 후보자측이 신고하면서 일부 항목을 축소 누락시키기도 했지만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의 그물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돼 있는 선거법상 맹점(盲點)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당개편대회 등 정당활동비가 신고대상에서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 지구당 후보선출대회 등을 할 경우 참가 인원 동원을 비롯해 행사 진행비, 참석자 음식제공비 등으로 수천만원이 쉽게 집행된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각 정당의 지구당 개편 및 창당대회 때 인원 동원을 위해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동원되고 행사 후 음식제공도 빈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들이 법정선거운동 시작 전날까지 할 수 있는 의정보고활동도 마찬가지. 의정보고활동은 횟수 제한이 없는 데다 행사를 위한 홍보물 제작과 다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의정보고활동은 현역 의원의 가장 큰 프리미엄”이라며 “하루 평균 40∼50차례 다닌 적도 있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에 쓰는 비용보다 의정보고활동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게 현역의원들의 얘기. 또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직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하는 여론조사비용도 신고항목에서 빠져 있다.

한편 선관위는 이같은 비용지출을 선거비용 신고대상에 넣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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