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달라졌네…민심탐방투어로 보폭 확대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과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21일 오후 김포공항을 찾았다. 미국 방문길에 나서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송영(送迎)하기 위해서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0일 직접 상도동에 전화를 걸어 YS에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까지 했다. YS를 수행하는 박종웅(朴鍾雄) 조웅규(曺雄奎)의원에게는 여비까지 챙겨줬다고 한다.

이같은 일들은 지난해 YS가 일본 방문에 나설 때나 민주산악회 재건을 시도했을 당시 이총재가 YS에게 보였던 ‘냉랭한’ 기류와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것. 특히 ‘4·13’ 총선 후 이총재는 18일 맹형규(孟亨奎)비서실장을 상도동에 보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총재는 21일 충청권 순방을 시발로 △서울(22일) △강원(25일) △부산(26일) △대구(28일) △인천(29일) 등 전국을 상대로 ‘민심탐방 투어’에 나선다. 이총재측은 총선 때 고생한 당직자들을 격려하고 낙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여정(旅程)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안팎의 시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는 5월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장기적으로는 차기 대선을 노린 ‘민심잡기’의 수순에 들어갔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총재는 이번 지역 순방 때 시장 등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꼭 찾아보는 스케줄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총재에게 따라다니는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는 ‘귀족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적극적인 이미지 변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아무튼 이번 총선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이총재의 행보가 무척 활발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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