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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4월 13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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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초부터 휘몰아친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이 잠자고 있던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그러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예측은 차츰 빗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우선 정치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구도가 지속되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투표심리를 자극하려면 정치적 공방이 가열돼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안정-견제론’ ‘국부유출론’ 등으로 선거전 초반을 달구었지만 후보자의 재산 납세 병역 전과기록 공개가 이 같은 쟁점을 덮어버렸다. 또 선거 막판에 터져 나온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쟁점부각 분위기를 함몰시키는 데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오히려 쟁점공방이 후보자 개인의 자질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일반 유권자들의 총체적인 정치 불신을 확산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하게 됐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인식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외면하는 주 요인이 된 것이다.
한편 이 같은 투표율 하락추세가 선진국형 투표행태로 진입하는 실마리라는 시각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총 유권자수는 전체 인구의 70%를 처음 넘는 선진국형 모델”이라며 “이럴 경우 선진국들의 투표율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말했다.
신한민주당 돌풍이 거세게 불었던 12대 총선(투표율 84.6%) 이후 정치상황이 ‘독재 대 민주’라는 구도를 서서히 벗어나면서 △75.8%(13대) △71.9%(14대) △63.9%(15대)로 차츰 떨어진 것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또 투표일인 13일 날씨가 전형적인 화창한 봄날씨를 보여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보다는 산이나 바다로 향한 것도 투표율 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