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인선 뒷얘기]'동교동계의 작품說'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한광옥(韓光玉)의원이 대통령비서실장이 되자 여권에선 “이번 개편으로 동교동계 구주류가 전진배치되는가”라는 논의가 분분하다. 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기조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19일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고문과 단독 회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데다, 실제 인선도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실장의 기용으로 낙착됨에 따라 이번 개편이 ‘동교동계의 작품’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구주류 전진배치론’이 대두.

반면 김중권(金重權)전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신주류는 후임 인선과 관련해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신구주류간에 명암이 교차하는 상황.

그러나 여권 핵심의 기류는 그같은 표면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동교동계 구주류 또한 인선과정에서 배제돼 있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것.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실장이 김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비서실장 임명통보를 받은 것이 21일인데 동교동계는 이날 저녁까지도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동교동계가 한실장을 밀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

이 관계자는 “한실장도 사실 동교동계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신당을 하는 마당에 ‘구정치’가 전면에 설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

○…한편 이날로 예정됐던 정무수석 임명은 남궁진(南宮鎭)의원을 내정해놓고서도 김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굳히지 못하는 바람에 24일로 연기.

김대통령은 남궁의원 내정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모두 동교동, 또는 범동교동계면 모양새가 좋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경기 광명갑에 출마할 남궁의원을 뺄 경우 수도권 총선이 걱정된다”는 지적이 있어 주저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장영철(張永喆)의원이 대안으로 강력하게 부상. 청와대 일각에선 “장의원이 한나라당의원들과 친분도 깊고, 그가 빠질 경우 그의 지역구인 경북 군위―칠곡에 이수성(李壽成)전총리를 공천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장의원은 예결위원장으로 예산심의를 총괄하고 있어서 역시 당장 빼내기는 무리. 이에 따라 김한길정책기획수석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 이름도 막판까지 계속 거론됐다.

〈최영묵·윤승모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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