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청의혹 공방]정치권 국익론 공방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02분


한나라당이 연일 국가정보원의 도 감청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야 간의 ‘국익(國益)론’ 공방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여권은 18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 등을 공개한 것은 명백히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야당은 “불법 도 감청을 묵인하는 게 국익이냐”고 반박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가안보와 질서유지를 위해 감청이 필요하고 그런 기능을 국정원이 갖고 있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정보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폭로하고 이를 무력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도 이날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국가 정보기관의 기구와 인원을 사실이든 아니든 폭로하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인기관리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불법 도 감청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국민회의가 불법 도 감청을 공개한 이부영총무를 국가기밀누설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국정원 제8국의 도 감청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의 불법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시정하는 게 야당의 기본임무”라고 주장했다.

이대변인은 이어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제8국은 나도 들어갈 수 없는 시설’이라면서 제8국 시설 공개를 거부했는데 이는 국정원의 광범위한 불법행위를 인정한 셈”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 출신 한나라당 일부의원들은 이총무의 국정원 조직 및 인원 등의 공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안기부장 출신인 김덕(金悳)의원은 과거 안기부의 도 감청 실태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전부장으로서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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