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交戰이후 軍분위기]『강력한 대응이 상황 진정』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57분


남북한 해군간 교전사태(15일) 이후 북한이 더 이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해상 대치상황이 사실상 수습됐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들은 엄청난 화력으로 대치중인 한반도의 사소한 충돌이 전면전이나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북 양측이 깨닫고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분석〓합동참모본부는 90년대 이후 북한은 방어적 대남정책을 추구하면서 한미 이간책을 획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53년 유엔군사령부가 설정한 NLL을 북한이 무력화(無力化)시키려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한미동맹관계를 해체하려는 일관된 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김정일(金正日)은 서해상 교전이 남북 사이에 있었던 일인데도 16일 평양방송을 통해 “미제가 지난해에 개정한 전쟁대비 계획인 작전계획 5027―98은 종전의 작전계획 5027보다 몇배나 더 위험한 북침전쟁 각본…미제의 오만성과 호전성이 극도에 이르렀다”는 등 미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18일로 예정됐던 미군유해 송환도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취소시키는 등 계속 미국을 걸고 넘어지려는 자세를 보이는데 여기엔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게 군당국의 분석이다.

이번 사태 직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이 핵 미사일 식량문제 등을 다루며 대화 테이블에 수시로 앉는데 남북간에는 비상사태시 양측 진의를 확인할 수 있는 ‘핫라인’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내부 분위기〓군당국은 7일 이후 계속된 북한의 NLL 침범과 관련해 신중하면서도 강력한 대응으로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초기엔 북한의 NLL 침범을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다 상황이 점점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충돌식 밀어내기 작전으로 NLL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북의 선제사격에는 즉각 응사해 북한 함정을 물리쳤다는 것.

군은 이번 교전사태로 전력이 북한보다 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이 확인됐고 북한 내부에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북풍론’이 제기되는데 대해서는 상당수의 군 관계자가 허탈해 했다.

북한의 NLL침범 초기엔 ‘군이 손을 놓고 있다’며 몰아붙이다 오히려 강력대응으로 사태를 수습한 뒤에는 ‘국면전환용’이라고 비난해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것.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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