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자기논리 함정에 빠진 것 같다』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49분


『비서만 있고 참모는 없다.』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으로 한층 고조되고 있는 최근의 정국위기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직된 대처방식을 둘러싸고 여권에서 터져나오는 자조적인 푸념이다.

특히 김대통령이 10일 국민회의 의원과 당무위원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자리에서 김태정(金泰政) 전법무부장관을 “바른 법조인으로 봤다”고 거듭 옹호발언을 하자 여권 관계자들조차 “자기논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여당내의 분위기도 이런데 한나라당이 즉각 ‘비상식적인 감싸기’라며 공세를 펴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

요즘은 여권내에서도 갖가지 진단이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은 과거에도 동교동계 비서들에게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상황만 객관적으로 보고토록 했다”며 “체계적인 참모진의 보좌보다는 본인의 판단으로 항상 중요사안을 결정해왔다”고 말했다. 이 얘기대로라면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 등 청와대 보좌진들도 각종 사건에 대해 적극적 진언보다는 상황보고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자기논리에 대한 확신 때문에 한번 논리를 세우면 ‘U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김대통령의 성벽(性癖)도 상황 대처에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일례로 김대통령이 러시아 몽골 방문에서 귀국한 직후 일부 참모들이 민심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김법무장관 경질 불가피론’을 진언했으나 김대통령은 ‘경질불가’의 논리를 펴며 크게 화를 냈다는 것. 한 핵심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결국 ‘직언 채널’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민회의의 무기력함도 따지고 보면 김대통령의 이같은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최근 국민회의 지도부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무책이 상책’이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 것도 ‘매사를 직접 챙기는’ 김대통령의 스타일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대처도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의 발언을 청와대가 ‘취중발언’으로 먼저 규정해 상황대처에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 여권에 무성하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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