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선거구제 비상』인접지역구 집안싸움 가열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여권의 선거구제 단일안이 중선구제로 가닥을 잡자 벌써부터 인접 선거구의 의원들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써부터 가열되는 양상이다.

중선구제로 바뀔 경우 현재 2백53개인 선거구가 70개 안팎(소선거구제 기준 50개 축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같은 당 소속이라도 인접 선거구 의원들이 ‘공천 경쟁자’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

국민회의의 경우 특히 현역의원들이 대거 몰려 있는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말 그대로 ‘너 죽고 나 살기’식의 백병전(白兵戰)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A의원은 선거구 통합에 대비해 최근 인접 선거구 지구당에서 활동 중인 핵심조직원을 스카우트했다. B의원도 인접 선거구 의원 진영에서 이탈한 구의원들을 상대로 영입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국민회의 전북출신 의원들의 경우에도 최근 공천탈락 예상 현역의원 명단이 의원회관에 나돌자 ‘음해공작’이라며 흥분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강원지역의 C의원은 아예 인접 선거구인 춘천 쪽에 사무실을 내고 무료법률상담을 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아직 소선거구제 고수파가 많은 자민련에서도 선거구 ‘월경(越境)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 출신의 D의원은 “인접 선거구 의원이 최근 우리 지역구 행사에 자주 참석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주 당무회의에서 정일영(鄭一永)충남도지부장은 “중선거구제와 관련해 의원 사이에 갈등기류가 생기고 있다”고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아직 선거구제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의원간의 신경전은 여당측보다 덜한 편. 그러나 최근 중선거구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감에 따라 물밑 힘겨루기 현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울지역 초선인 E의원은 최근 인접 선거구 지구당 여성부장 출신을 영입해 여성조직을 맡겼다. 부인도 인근 선거구로 넘나드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E의원은 실토했다. 이미 ‘실전 상황’에 돌입한 곳도 적지 않다. 경북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최근 청년조직 발족식을 아예 인근 선거구에서 개최했다.

〈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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