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논란]자민련 『지구전으로』작전변경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내각제 문제에 대해 당분간 자극적 공세를 자제키로 한 자민련이 지구전에 들어갔다.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21일 “자민련의 전략은 한마디로 우보(牛步)전술”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야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고 저쪽은 약속을 못지키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급한 쪽은 청와대와 국민회의”라고 덧붙였다.

자민련의 이같은 자세 전환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민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상대쪽에서 먼저 해결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또 한나라당의 장외집회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남 마산집회 등으로 영남권의 현정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면 국민회의의 위기감이 커져 더더욱 자민련에 기대려 할 것이라는 게 자민련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자민련 내부에서는 한나라당과의 접촉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가고 있다. 20일 당무회의에서 이원범(李元範) 이동복(李東馥)의원 등은 “내각제 문제에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이날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에 대한 비난 논평도 대변인이 아닌 부대변인 이름으로 낸 것도 이런 흐름을 감안한 조치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역시 같은 생각이다. 김총리는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자민련의 한 당직자가 양당의 합당설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자 “자꾸 말하면 엉뚱한 소리가 나오니 말 안하는 것이 좋다”며 입을 막았다.

김총리는 특히 2월초 10여일간 해외순방 일정이 잡혀있고 귀국후에는 설연휴가 이어져 한동안 침묵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에서는 총리 취임 1주년인 3월2일을 전후해 김총리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자민련이 먼저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월말 또는 2월초로 예정된 자민련 현역의원과 원외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및 내각제개헌안 공표 등을 계기로 또다시 내각제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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