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수뇌부 비상회의]입 못열고 고개 못드는 「별」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52분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 사고와 관련해 7일 열린 군수뇌부 비상대책회의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시작했다.

“이번 사고로 군에 대한 신뢰가 현저하게 손상돼 새롭게 출발하는 결의와 구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고 일련의 사고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작전태세가 국민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대비태세가 미흡한 실정이고 상황보고와 조치 등 일련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무기가 노후했지만 그것만 사고요인으로 돌릴 수는 없다….” 천장관의 질책이 이어지는 동안 군간부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사일 사고가 난 박춘택(朴春澤)공군참모총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단호하면서도 비교적 조용하던 천장관의 목소리는 육군 뇌종부대의 무반동총 불발탄 폭발사건을 거론할 때 높아졌다.

“병사가 한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소대장이 한 행동도 장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교육이 안됐다.”

사병이 사격장에서 불발탄을 주워 몰래 보관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안 소대장이 ‘만지지 말라’는 말만 하고 그냥 잠자리에 든 사실을 거론한 것.

그러나 천장관을 포함한 군 수뇌부들은 사고예방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최근 잇따르는 사고로 지휘관이 위축돼 아예 훈련을 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94년에4백16명이던군사고사망자가 3백30명(95년) 3백59명(96년) 2백73명(97년)에 이어 올해 2백18명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지나치게 안전을 강조하면 부대운용이 어렵다는 논리였다.

천장관은 “장관으로서 국민 앞에 할 말이 없다. 제대별로 교육팀과 점검반을 편성해 군기강이 확립되고 사고가 근절될 때까지 무기한 근신하라”며 회의를 마쳤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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