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산 못넘으면 2與공조 없다』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자민련의 ‘내각제 공세’가 차츰 거세지는 기미를 보이자 청와대와 국민회의 일각에서 “이럴바에야 내각제 문제를 조기 공론화하자”는 목소리가 사견을 전제로 흘러나오고 있다.

“어차피 자민련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자민련의 ‘외곽때리기’형식의 공세를 내부 논의의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입장은 아직까지 청와대나 국민회의 내부에서 세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각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외면한 채 자민련과 ‘죽도 밥도 아닌’ 공조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느냐는 이들의 주장을 마냥 묵살하기만도 어려운 것이 청와대나 국민회의측의 고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DJP연합정신’이 내각제 문제에서 비롯된 불협화음으로 상당부분 위협받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만류한다고 자민련 사람들이 말을 듣느냐”며 “내각제를 하자 말자 결론을 내리기보다 터놓고 한번 얘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어차피 자민련과의 내각제 약속을 뒤집지 못할 바에야 논의를 일부 개방해 자민련의 공세를 ‘물타기’하면서 시간을 벌고 양당간의 공조도 유지해보자는 계산이다.

청와대의 한 인사도 “정무파트에서 얼마전 내각제 논의에 대한 점검을 했을 때 일부 참석자도 조기공론화를 주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세는 여전히 공론화 반대론자들이 쥐고 있다. 이들은 내각제를 조기공론화할 경우 수위조절이 어렵고, 자칫 경제개혁 등 국정운영의 초점을 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당의 핵심당직자는 “지금 우리는 개혁의 험난한 파고를 가까스로 넘고 있다”며 “한번 내각제의 물꼬를 트면 내부 통제가 불가능한 급류로 바뀔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재벌구조조정 등 개혁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내각제 논의의 조기공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자들이 많다”며 “명분이전에 현실이 우선이며 내각제 문제에 관한한 우리가 고립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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