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한나라당 등원결정이후]銃風-稅風싸움

  • 입력 1998년 10월 9일 19시 35분


한나라당의 9일 등원 결정으로 정기국회가 한달만에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여전해 향후 국회 운영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야 대립은 근본적으로 국세청 불법모금사건과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두 사건을 국기문란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시인과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는 “‘세풍(稅風)’ ‘총풍(銃風)’사건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여야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두 사건 모두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무관하며 특히 ‘총풍’사건은 고문으로 조작됐다는 점을 철저히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진흙탕싸움’은 장소만 원내로 옮겼을 뿐 그 강도는 오히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안별로 봐도 여야의 입장차이는 너무나 선명하다.

여야는 이날 3당 수석부총무회담을 열었으나 ‘13일 본회의 개의’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선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국정감사와 관련해 여당은 감사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법정기간인 20일을 고수했다. 의원들의 당적 변동에 따른 상임위 정수 조정에 대해서도 여당은 국감이전, 야당은 국감이후 조정을 고집했다.

여야는 또 경제청문회 개최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상반된 자세를 보였다.

여당은 11월26일부터 12월15일까지 열자고 아예 날짜까지 박아 제안했다. 11월초까지 국정감사, 그 다음주에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하고 다음 2주간 상임위활동을 한 뒤 곧바로 청문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경제도 어려운 이 시점에서 굳이 경제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여권이 굳이 경제청문회를 하겠다면 ‘총풍’사건 및 고문조작 청문회도 같이 하자”고 맞공세를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국민회의측의 대북접촉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경제청문회 이외의 청문회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지만 별도로 특위를 구성하지 말고 기존 상임위 내에서 열자고 맞서고 있어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입씨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에 있어서도 여야의 극명한 입장 차이는 마찬가지다. 현재 대상자는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 백남치(白南治) 서상목(徐相穆), 국민회의 김운환 정호선(鄭鎬宣)의원 등 5명.

국민회의의 공식적 입장은 “행정부가 입법부에 넘긴 안건인 만큼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 대상자가 적지않아 전원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국세청사건에 관련된 서의원만 선별처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불구속수사 원칙을 앞세워 체포동의안 처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 정치권 사정, 야당의원 영입, 특별검사제 실시 등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쟁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등 한나라당 중진이 연루된 정치권 사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국회는 또다시 파행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문 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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