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지 못한 「여당行」백태…외유나가 팩스로 입당원서

입력 1998-09-07 19:33수정 2009-09-2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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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을 탈당, 여당에 들어간 대부분 의원은 전형적인 ‘철새정치인’의 모습을 입당과정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이해관계만이 탈당과 입당의 전과정을 지배했다.

일부 의원은 입당원서 제출을 팩스나 전화 등 비공개적이고 떳떳하지 못한 방법을 이용했으며 여당입당 후 야반도주하듯 외국으로 떠난 사례마저 있었다.

국제의회연맹(IPU)회의 참석차 러시아에 간 한나라당 김충일(金忠一)의원은 4일 현지에서 국민회의에 입당원서를 팩스로 보냈다.

2일 출국한 김의원은 입당 전날 보좌진을 통해 입당성명서를 언론사에 보내기도했다.

국민회의 내에서도 “김의원이 회의를 마치고 귀국해 입당하면 되는데도 외국에 나가면서 입당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달가워하지 않았다.

5일 국민회의에 입당한 한나라당 이재명(李在明)의원도 전날 밤 갑자기 국민회의 핵심당직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당사실을 통보했다. 이 당직자는 “이의원이 입당할 줄 모르고 있다 밤늦게 이의원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노승우(盧承禹)의원과 김기수(金基洙)의원은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난달 31일 탈당했다. 두 의원측은 탈당일이 우연히 전당대회일과 겹쳤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잔칫날에 탈당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당행을 결심한 한나라당 일부의원은 탈당 직전까지 당사에 거의 나타나지 않은 채 보좌진만 당사나 의원총회장에 보내 상황파악을 한 뒤 여론이나 당의 비난을 덜 받을 시점을 택해 탈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일부 의원의 당적 변경에 대해 ‘정치철새’라는 비난마저도 사라진 게 오늘의 정치권 풍경이다.

여권에서는 정국안정을 위해 의원영입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에서도 비난은 하지만 내심으론 탈당할 의원들이 빨리 나가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당적변경 의원들도 ‘경제살리기’ ‘위기극복 동참’ 등 그럴 듯한 미사여구로 자신의 탈당과 입당의 변을 포장하고 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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