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빅3」, 누가 어느 자리 앉을까?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신정부의 청와대비서관 인선과 조각(組閣)문제가 본격논의되면서 국민회의의 ‘빅3’인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 이종찬대통령직인수위원장 한광옥(韓光玉)노사정위원장의 거취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들이 어느 자리로 가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내 역학구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교통정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세사람은 모두 “인사문제는 김차기대통령에게 일임했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중 일부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만나 거취문제를 상의했고 이를 전후해 김차기대통령의 ‘역할분담’구상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조대행은 일단 당에 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랫동안 서울시장출마를 준비해온 조대행은 그동안 서울시장과 총재대행 중 어느 것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김차기대통령을 만난 이후 당에 남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상태다. 지방선거직후로 예상되는 지도체제개편 때 당대표가 될 수 있느냐가 관건. 김차기대통령이 집권여당이 된 국민회의를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기 위해 이수성(李壽成)전국무총리 등 외부인사를 당대표로 영입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대행은 자신이 대표가 되는데 대해 기대섞인 희망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조대행이 김차기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종찬인수위원장은 지난주말 김차기대통령과 단둘이 만났다. 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자리를 맡기든 총재뜻에 따르겠다”며 백지위임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은 이위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면 하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은 최근 한 핵심측근에게 “서울시장선거가 중요하다”면서 이위원장을 거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위원장도 당초 당권에 뜻이 있었으나 당안팎의 여러 사정을 감안, 서울시장출마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시장출마 예상자에 대한 한 여론조사결과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고무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의 측근들이 “안기부 개혁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위원장의 안기부장 기용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하고 있어 안기부장 기용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사정대타협으로 당내 위상이 한층 강화된 한광옥위원장은 최근 들어 행정부요직 등용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위원장은 지금까지 ‘DJ이후’ 당의 구심점 역할을 목표로 해왔다. 아직도 “당에 남겠다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권노갑(權魯甲)전의원의 ‘빈자리’를 맡아 동교동계를 추슬러야 할 책무도 그에게 주어져 있다. 그러나 노사정대타협 이후 김차기대통령의 신임이 더욱 커진데다 당에 그를 대우할 만한 마땅한 자리도 없어 안기부장이나 사회분야 각료 등에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위원장 본인도 내각진출에 대해 내심 싫지 않은 반응이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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