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청와대회담 거부]『더이상 못참겠다』노골적 反旗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의 관계는 「결별」정도가 아닌 적대관계로 악화하고 있다. 이총재가 24일 김대통령과의 청와대회담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총재가 11월1일로 잡혀있던 청와대회담을 거부한 직접적인 이유는 회담순서인 것같다. 『대통령이 여당후보를 제치고 야당후보를 먼저 만나는 것은 이총재를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것』이라는 게 이총재 주변 얘기다. 김윤환(金潤煥)선대위원장은 『대통령이 마음 먹고 김대중(金大中·DJ)국민회의총재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총재가(비자금의혹에 대한)「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을 재고하지 않으면」이란 전제를 달아 회담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청와대가 수용하기도 어렵고 검찰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여기에 크게 무게를 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김대통령이 신한국당에 의해 고발된 DJ를 먼저 만나는 데 대한 소외감과 불신이 회담거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대통령이 23일 이한동(李漢東)대표와 전격 회동한 것도 이총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총재측은 『김대통령이 또 이중플레이를 한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한 측근은 『김대통령이 단합을 요구하는척 하면서 이총재 편에서 떠나도록 조종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이총재 진영은 이제 김대통령과의 어정쩡한 관계 유지가 대선득표에 절대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관련,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이후 「반(反)YS」 정서가 강한 대구 경북 지역에서 이총재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이밖에 김대통령이 당내 민주계를 원격조종, 앞으로 계속 「이총재 흔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도 실려 있다. 민주계에 대해 「나갈 테면 나가라. 이젠 동지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총재가 당내 분란과 관련, 『이 문제 역시 김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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