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비자금說 2차폭로]10개기업 선거前 野에 보험금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신한국당이 10일 폭로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 비자금 수수내용의 진위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보험금」관행을 집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에도 일정액의 정치자금을 음성적으로 제공해 왔다는 것은 정치권과 재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한국당의 폭로내용을 보면 동아건설 삼성 대우 등 10개 기업은 대체로 92년 대통령선거 직전이나 14대 총선과 91년 지자제선거를 전후한 시점에 돈을 건넨 것으로 돼있다. 돈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그룹 벽산개발 동아건설 동현건설 등이 모두 91억5천만원을 제공한 92년 8∼11월은 바로 그해 12월 치러진 14대 대선 직전이며 삼성그룹이 두차례에 걸쳐 24억원을 제공한 92년 2,3월은 그해 「3.24」총선과 시점이 맞아떨어진다. 또 대호건설과 풍성전기가 돈을 제공한 91년 5,6월은 광역의회의원선거 직전이다. 92년 대선 당시 김총재는 2위에 그쳤지만 당선가능성 면에서 유력한 후보였고 91년 지방선거와 92년 총선 때는 제1야당인 평민당 총재로 선거를 진두지휘했었다. 일반적인 「보험금」관행이 여당에는 큰 돈을 주고 야당에도 섭섭지 않게 집어주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신한국당 주장대로 김총재에게 돈이 들어갔다면 여당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가의혹도 감수하면서까지 신한국당이 폭로를 강행한 이유는 석연치 않다. 신한국당이 김총재에게 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기업중에 삼성 대우 동아건설 진로그룹 등 국내유수의 재벌기업들이 실명으로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이 김총재에게 제공했다는 자금의 액수는 △동아건설 62억5천만원 △삼성그룹 24억원 △대우그룹 20억원 등으로 그 규모가 전체 비자금 액수의 거의 7분의 5수준이다. 이밖에 김현철(金賢哲)씨 사건에 깊이 연루됐던 대호건설이나 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한창이 김총재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한창의 경우 김총재가 92년 대선패배후 정계은퇴선언을 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장기체류하고 있을 때여서인지 돈을 건네받은 당사자가 차남 홍업(弘業)씨로 발표됐다. 이밖에 91년9월 2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폭로된 대동건설은 광주 출신의 박모씨가 경영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신한국당의 이날 폭로는 여당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하고 재계의 반발도 엄청날 것이란 점까지 다 재본 후에 강행한 것이어서 그 다급한 심정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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