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폭로전」 대선5후보 시각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돌출한 「비자금정국」으로 정치권이 급랭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대선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대선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5명의 후보를 만나 이번 「비자금파동」에 대한 입장과 향후전망, 해결책 등을 들어봤다.》 ▼ 이회창 ▼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9일에도 「DJ 비자금」 문제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대전개발 세미나」에 참석한 이총재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딴전만 피웠다. 이총재는 잠시 호텔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불행한 일이다. 더이상 말할 게 없다』며 방을 나섰다. 이 정도가 이날 이총재가 보인 유일한 반응이었다. 이총재는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첫 폭로를 한 7일에도 박찬종(朴燦鍾)고문과 만나고 조계사를 방문하는 등 한발 비켜서 있었다. 강총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회견을 하는 시간에는 여의도 부국증권 후원회사무실에서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이어 8일에도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와의 당정협의 등 예정된 일정을 수행했다. 『어차피 악역은 강총장이 맡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이총재측 얘기다. 이총재 자신이 지난해 「더러운 정쟁」이라고까지 비하했던 여야의 싸움에 직접 개입할 경우 그러잖아도 병역문제로 훼손된 이미지가 더욱 상처를 입게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총재는 내부적으로 △비자금폭로 이후 언론 및 여론 동향 △국민회의의 대응 △신한국당의 추가폭로 전략 등을 일일이 보고받고 있다. 한 측근은 『발표는 강총장이 했지만 폭로의 최종결단은 총재 자신이 내렸다』며 『일이 잘못될 경우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없이 그런 결단을 내렸겠느냐』고 말했다. 〈대전〓박제균기자〉 ▼ 김대중 ▼ 지난 7일 신한국당의 비자금의혹 폭로 이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얼굴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전불사(一戰不辭)의 비장감마저 엿보인다. 김총재는 9일 통상적으로 당무를 챙겼지만 이날 오전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에는 불참했다. 이번 싸움의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피하는 인상이었다. 김총재는 이날 오전 당 총재실에서 기자와 만나 신한국당의 폭로배경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김총재는 『신한국당측에서 우리의 지지율이 1위를 고수하니까 대세론이 확산될까봐 당황한 것 같다』며 『자민련과의 단일화협상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이어 『폭로 당일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창당발기대회가 있었던 것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앞으로의 사태추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현명한 국민이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총재는 『국민이 공작정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여당의 공세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맞불작전」을 펼 것인지에 대해 『준비된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정도(正道)를 가겠다』고 말해 당분간 「폭로대응」은 자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신한국당이 만일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이번 폭로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영찬기자〉 ▼ 김종필 ▼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비자금정국」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9일 낮 오제도(吳制道)변호사 등과 오찬을 하기 위해 당사를 나설 때 몇가지 질문을 던졌으나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재의 정국상황에 대해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해법에 대해서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일절 코멘트 안한다』며 『언제 내 얘기를 제대로 들었나』라고 덧붙였다. 7일 관훈토론회에서 『가정을 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도 거듭된 질문공세에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국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확대해석」된 데 대한 불만이었다. 김총재의 한 측근은 『정치판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는 형국에서 총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당의 진로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 조순 ▼ 민주당 조순(趙淳)총재는 9일 비자금의혹에 대해 『표의 향배와 관계없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부패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총재는 이날 기자와 만나 『정경유착을 통한 부패구조가 단절되지 않는 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민도 부패구조에 근거한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반(反)DJ 비(非)이회창」 정서의 확산을 기대했다. 그는 국민회의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을 쟁점화하는 데 대해서는 『의혹은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된 것부터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4자연대」 추진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연대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국민에게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번 정치자금 공방을 계기로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미스터 클린」전략을 수립중이다.〈정용관기자〉 ▼ 이인제 ▼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는 9일 『이번 비자금 공방이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을 심화시켜 「3김청산」과 정치명예혁명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비자금공방을 「진흙탕싸움」으로 규정하면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를 함께 매도했다. 그는 신한국당의 폭로행위에 대해 『정당은 수사기관도, 정보기관도 아니다』라며 『정당의 자료 폭로는 낡고 병든 전근대적 정치에서만 가능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된 이상 모든 의혹이 명백히 밝혀지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위법사항이 있으면 조사기관에 맡기고 정당은 정책대결을 통해 선거에 임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검찰이 상식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검찰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전지사는 92년 대선자금과 관련 『모든 과거를 법의 칼로 들춰내는 것은 사회를 절망 속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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