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3일 당직개편은 전직대통령 사면 파동으로 위기를 맞은 이회창(李會昌)대표체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응급처방적 조치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의 도중하차와 강재섭(姜在涉)원내총무의 정치특보 임명이다.
특히 이대표는 강특보 임명배경에 대해 『대표체제의 정치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비서실과 특보단을 맡아 사무처 및 선대본부 등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강특보가 대표보좌진을 총지휘하는 사령탑이라는 뜻이다.
이는 또 앞으로 보좌진의 무게중심을 「측근 7의원 체제」 등 비선(秘線)조직에서 공조직으로 옮겨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사면 파동 이전에도 이대표의 측근정치에 대한 내부 비판은 상당히 거셌다. 하실장의 교체와 함께 핵심측근인 이흥주(李興柱)비서실차장까지 물러나게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다.
이번 개편은 또 당기간조직은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 보좌진은 강특보가 이끌어가는 이른바 「강―강라인」으로 압축시킨 의미도 지닌다.
이대표는 당초 강특보를 비서실장에 기용하려 했으나 원내총무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편법으로 정치특보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대한 대표 보좌체제는 총재직을 이양받는 즉시 재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강특보 기용으로 그동안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보좌진과 기간조직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다. 강특보의 원만한 성격과 정치력에 대한 당내 기대도 크다.
이날 인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표비서실장에 윤원중(尹源重)의원을 기용한 것. 김윤환(金潤煥)고문의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윤의원을 기용하자 총재직 이양 후 김고문을 대표로 앉히려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이대표로서는 김고문 이외의 원군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측면지원을 약속했던 김덕룡(金德龍)의원도 요즘 들어서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고 이수성(李壽成)고문도 말과는 달리 이대표를 도울 의사가 별로 없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대표의 당내 분위기 수습 구상이 뜻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계의 반발 가능성이 높고 이한동(李漢東)고문으로부터도 흔쾌한 협조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내 추스르기와 함께 관건은 이대표의 지지율 회복여부다. 지지율이 희망처럼 회복된다면 만사가 풀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앞길은 더욱 험난해질 게 분명하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