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논의점검]마음은 콩밭에…만나면 말싸움만

  • 입력 1997년 7월 11일 20시 59분


과열 감시
과열 감시
지난 4월 한보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정치권이 한보태풍에 휩싸이는 와중에 제기됐던 정치개혁 논의가 3개월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없이 표류중이다. ▼ 「서론」도 못꺼내 ▼ 여야는 당초 6월초에 임시국회를 열어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전면 개정, 새로운 정치구조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역시 지난 5월30일 대국민성명에서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언명했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내에 설치할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구성문제를 둘러싸고 1개월이 넘도록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지난 1일 겨우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가까스로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정치개혁 논의는 아직 「서론」도 꺼내지 못한 상태다. 야당측이 정치관계법 개정은 이번 대선의 룰을 정하는 것인 만큼 여야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여야 동수구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당측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더구나 신한국당측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때문에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상황이다. 여야는지난2일 3당3역회의를 열었으나 말싸움만 벌이다가 서로 등을돌린채 아직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야 각 정당이 마련중인 정치개혁안의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이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해 대규모 청중동원이 불가피한 옥외연설회를 폐지하고 TV토론회 등을 확대하며 홍보물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다. ▼ 큰방향은 대동소이 ▼ 또 선거공영제를 확대해 TV연설 및 홍보물제작 비용 등을 대부분 국고에서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개정방향은 중앙선관위나 시민단체들이 내놓은 안과도 대동소이하다. 신한국당은 지난달 16일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데 이어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특위」를 「정치개혁특위」로 확대개편, 선거운동방법 외에도 국회의원선거구제와 지방자치제는 물론 권력구조개편을 포함한 개헌문제까지도 검토중이다. 신한국당은 13일 구체적인 현행법의 조문을 손질한 최종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11일 입법공동위를 열어 각 당이 마련한 정치개혁관련법 개정안을 놓고 단일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돌입, 다음주까지 단일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여야 각 정당의 정치개혁안 마련 작업은 어느정도진척되고 있지만여야의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위 구성문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완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가 각자의 안을 마련하면서도 정치개혁 논의가 뒷전에 미뤄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중 정치자금 배분방법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기탁금제도의 존폐문제에 대해 여야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세다. ▼ 自黨이기주의 만연 ▼ 야당측은 지난 92년부터 96년까지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지정기탁금 1천2백억여원이 전액 여당에 돌아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제도의 개폐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한국당은 선호하는 정당을 「지정」해서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여야간 정치개혁 논의의 밑바탕에는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쟁취하는 데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자당 이기주의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여야의 정치개혁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자칫 진정한 제도개혁이 아니라 잿밥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식으로 전개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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