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력분산론 급부상]경선주자들 『구미는 당기지만…』

  • 입력 1997년 6월 10일 20시 22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9일 전격 제기한 「권력분산론」을 놓고 다른 경선주자 진영들이 실현가능성과 이해득실 등을 저울질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대표가 제시한 권력분산론의 골자는 현행 헌법상 보장돼있는 국무총리의 각료임명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국회의장 원내총무를 의원 직선으로 뽑자는 것. 이같은 권력분산론에 대해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는 내각제적 운영 방식의 권력분산은 현행 헌법에 맞지 않고 실현가능성도 별로 없는 탁상공론식 구상이라는 당일각의 부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그러나 권력분산론 자체에 대해 다른 경선주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그동안 「책임총리제」를 줄기차게 제기해온 李洪九(이홍구)고문을 비롯, 李壽成(이수성)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 崔秉烈(최병렬)의원 등도 권력분산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특히 이홍구고문과 최의원은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고문은 10일 오전 이한동고문과 만나 권력분산제를 구체화할 방안을 모색하자고 합의한 데 이어 내주초에는 이대표, 이수성 박찬종고문 등과 잇따라 만날 계획이다. 이홍구고문과 이대표측은 지난주말 미리 「교감(交感)」을 나눈 뒤 9일 오전과 오후 한 목소리로 권력분산론을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주자들은 이대표가 뒤늦게 권력분산론을 들고나온 진의(眞意)에 대해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한다. 즉 권력분산론을 매개로 일부 주자들과 연대해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복심(腹心)」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수성고문은 10일 『정략적 「자리나누기」 식 발상이라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박고문은 『오래전에 제기된 문제인데 당대표가 말하면 주요 관심사가 되는 것 자체가 「대표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했다. 또 金德龍(김덕룡)의원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는 『권력분산 논의가 합종연횡의 방편으로 제기됐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의 자리를 대통령이 밀실결정으로 마음대로 나눠줘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정치발전협의회측은 『아직 공식입장을 표명하기에는 이르다』면서 『공론화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관망자세를 보였다. 한 주요당직자는 『현행 헌법에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 내각을 통할한다」고 규정, 총리가 보좌역임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권력의 속성상 총리의 권한강화는 대통령과의 권력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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