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과거청산 반대』 발언 파문

  • 입력 1997년 6월 8일 19시 58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청산 문제를 제기해 과거와 현재의 갈등을 야기하는 문화는 이제 끊을 때가 됐다』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이 7일 한국일보―SBS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한 이 발언이 정가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대표의 이날 발언은 「대선자금 문제에 관한 새로운 자료가 나타나면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따라서 「더 이상 대선자금 문제에 발목을 잡혀선 안된다」는 최근 입장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대표가 방송토론회같은 공개석상에서 과거청산 문제를 포괄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여권내부에서는 『이대표가 대선자금 문제보다 훨씬 더 나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한 「임기후 보장」 발언이라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대표의 발언은 대선자금뿐만 아니라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에 대한 사후 보장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들여다보면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사면에 대한 이대표의 입장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대표의 한 측근도 『과거청산 관련 발언에는 YS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대표의 입장이 「대선자금 고백→대선자금 공개불가→과거청산 반대」로 점점 「타협적」으로 변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찮다. 서울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판사와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과거 일에 대한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업으로 삼았던 이대표가 너무나 정치적으로 변했다. 「대쪽 이미지」는 그야말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말 한구절도 「자로 잰듯이」 하는 이대표가 「과거청산 반대」까지 들고 나온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으리라는 게 이대표측의 얘기다. 즉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과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를 업는 것이 당내 경선에서 필수적이라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이다.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후보로 뽑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첫째 관문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약속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대표의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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