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정부부처 예산]달라는 곳은 많고…줄 돈은 적고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내년도 예산편성에 비상이 걸렸다. 5일 재정경제원이 밝힌 48개 부처의 예산요구액은 97년도 예산에 비해 31.1% 늘어난 수준으로 최대 60% 이상을 넘나들던 예년의 요구수준에 비해서는 「자제」한 편. 그러나 정부의 예산편성 방침을 보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내년 예산증가율을 9%로 묶어 균형예산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예산당국의 기본 구도. 증가율이 지난 84년 예산동결 이후 13년만에 가장 낮다. 올해 예산보다 많아야 6조5천억원이 늘어나는 78조원 미만에서 내년 예산을 짜야한다는 계산이다. 반면 각 부처에서 요구한 증액분은 22조6천억원. 어림잡아도 15조원 이상을 깎아야 한다. 때문에 적자재정을 우려하는 성급한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다른 예산은 대부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삭감하면 해결되지만 인건비 등 고정 경비를 절약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벤처기업 환경 정보화부문에 대한 새로운 투자수요도 산적해 있다. 사회기반시설(SOC)투자는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내년이 마지막 해가 되는 42조원 규모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과 62조원 규모의 교육투자 삭감여부가 균형예산 유지의 최대관건이 될 전망이다. 姜慶植(강경식)부총리도 이미 지난 3월 『농어촌구조개선사업과 교육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예산안이 상정되는 10월은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 농민과 교육계 등 이해관계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국회가 두 부문의 삭감이나 투자연기에 동의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李啓植(이계식)한국재정학회장은 『정치권이 인기에 영합, 균형예산안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국채발행이나 해외차입 등으로 적자재정을 메우는 과정에서 물가불안 국제수지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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