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유지」타주자 반응]『대통령 속뜻 뭔지』

  • 입력 1997년 6월 5일 07시 57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의 4일 주례회동 결과를 둘러싸고 여권내에서 갖가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이대표를 통한 발표에서 「대표직 유지」와 「이대표 중심의 단합」을 재차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다른 경선주자들의 파상공세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여 있던 이대표측에는 마치 「복음(福音)」처럼 들렸다. 반면 「반(反)이대표」측 진영은 김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의 향배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더욱 목청높여 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 이대표」 노선의 선봉인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은 이날 청와대 주례보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대표가 총재에게 떠밀지 말고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며 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특히 이고문측은 경선주자 회동을 다시 갖는 등 여러가지 후속조치를 검토중이나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고문측은 청와대가 공식발표하기 전까지는 이대표가 전한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고문은 『앞으로 金德龍(김덕룡)의원이 연락을 취해 경선주자들이 다시 모여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고문 역시 『이대표의 사퇴는 「순리」와 「원칙」에 맞는 일이다. 이대표측의 일방적인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이고문의 말에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김덕룡의원도 『이대표는 대표직 사퇴문제에 대해 「여러분들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아서 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저버렸다』면서 『우리는 다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崔秉烈(최병렬)의원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도 이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경선주자들은 사퇴를 거부하는 이대표에게 마땅치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김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31일 경선주자 회동 당시 강한 목소리를 냈던 李壽成(이수성)고문측은 『(이고문이) 김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李洪九(이홍구)고문측은 『일단 더 이상 전임대표로서 후임대표의 거취에 대해 지나치게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나라면 물러나겠다』고 넌지시 꼬집는 자세를 취했다. 이고문은 경선주자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대표에게 할 얘기가 있으면 직접 만나 내 뜻을 전달하겠다』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한편 민주계 중심의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는 당초 주례보고가 끝난 뒤 이대표가 사퇴를 거부, 당 내분이 심화할 경우 공개적으로 이대표의 결단을 촉구할 계획이었으나 김대통령의 「분파행동 자제」 지시를 전해듣고 주춤하는 기색이다. 다만 정발협의 한 핵심인사는 『이대표가 스스로 결단을 내릴 일인데 왜 자꾸 대통령에게 미루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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