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총재「DJ대선자금」발언]『이총재는 與黨기쁨조냐』

  • 입력 1997년 5월 3일 21시 42분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도 92년 대선당시 5백억∼6백억원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는 민주당 李基澤(이기택)총재의 발언에 대해 신한국당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국민회의는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신한국당 ▼ 신한국당 당직자회의는 3일 이총재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그 내용과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겠다』는 비난도 공세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이는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신한국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신한국당 핵심부는 최근 야권의 끈질긴 대선자금 공개요구에 대해 「공개불가(不可)」 「공개불능(不能)」 「고백(?)」 등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여왔고 3일 현재까지도 당론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최소한 이총재의 발언으로 여권이 홀로 떠안은 대선자금 부담이 야권으로도 분산되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朴寬用(박관용)총장은 『다 아는 얘긴데 뭘…. 자꾸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그사람(이총재)은 당사무처에서 공식적으로 쓴 자금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나아가 『대선자금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이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이총재의 발언을 야당의 예봉을 누그러뜨리는 반전(反轉)의 기회로 삼을 태세다. 金榮百(김영백)부대변인이 이날 논평에서 『연청과 향우회 등 (김대중후보의) 사조직에 들어갔을 엄청난 비용을 제외하고도 김후보가 대선자금으로 쓴 비용은 간단히 1천3백억원을 넘는다』면서도 『지금은 여야가 자성과 참회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국당은 결국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면서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기 위한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 국민회의 ▼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이날 『당시 이총재는 말이 선거대책위원장이었지 선거자금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무슨 근거로 6백억원을 썼다고 하는지 그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총재를 격렬히 비난했다. 柳鍾珌(유종필)부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이총재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천문학적 규모의 대선자금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 마당에 야당까지 끼워넣어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 것은 국민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총재의 발언은 대선자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것이 국민회의측의 시각이다. 유부대변인이 이총재를 「신한국당의 기쁨조」 「이중대(二中隊)」로 몰아붙인 것도 이같은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재정을 맡았던 權魯甲(권노갑)의원의 측근인 李訓平(이훈평)전국회부의장비서실장은 『이총재가 호남지구당에 2천만원을 줬다고 말했지만 당시 호남까지 지원할 형편이 못됐다』며 『득표가 어려운 영남지역 등에도 아주 적은 돈을 지원했다』고 반박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이총재의 발언이 『대선자금에 있어서는 야권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발언과 맞물려 「대선자금 공세」가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선자금 공세로 김대통령을 「무장해제」시킴으로써 대선과정에서의 중립을 이끌어 내겠다는 기본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영찬·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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