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체제 출범 삐걱]민주계 『대통령 야속』

  • 입력 1997년 3월 14일 20시 21분


최근 신한국당내 민주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급박해졌다. 한보(韓寶)다, 金賢哲(김현철)씨 사건이다 해서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계파 좌장인 崔炯佑(최형우)고문이 쓰러지는가 하면 날카로운 대치관계였던 李會昌(이회창)대표체제가 들어서는 등 문자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신임 당대표가 임명되기 전날인 12일에는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을 비롯, 金命潤(김명윤) 金德龍(김덕룡) 徐錫宰(서석재) 朴寬用(박관용) 金正秀(김정수)의원 등 민주계중진들이 긴급히 모였다. 같은 시간에 黃明秀(황명수)민주산악회장 金奉祚(김봉조)전의원 등 원외중진들도 모임을 가졌다. 13일 낮 전국위원회 직전에는 김덕룡의원이 민주계 원외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우리가 한번이라도 당대표나 총리 안기부장 등을 맡아본 적이 있느냐. 그런데도 책임은 모두 우리가 져야 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날 오전에는 김정수의원실에 睦堯相(목요상) 金燦于(김찬우) 金東旭(김동욱) 金운환의원 등 민주계의원 8명이 모여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민주계의 불만은 그야말로 「전방위(全方位)」다. 최고문의 좌초 등 「운(運)」도 따르지 않고, 민주계대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야속하고, 이회창신임대표도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자구책도 없다. 한 중진은 『그동안 덕본 ×들은 따로 있는데 왜 「김현철문제」를 우리가 다 뒤집어써야 하느냐』는 등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 이처럼 답답한 분위기와 불만이 당장 「당직거부」라는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반발로 비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래서 당직개편이 예정(14일중)보다 늦어지는 듯하다. 이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민주계 인사들은 『더 이상 가만있을 경우 모두가 공멸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동안 사분오열 흩어져 각개약진을 해온 민주계가 위기상황을 업고 완전히 뭉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힘의 진공」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정치난민」의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민주계 신세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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