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체제/與 후보경선]대선구도 혼미 속으로

  • 입력 1997년 3월 13일 20시 10분


13일 출범한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체제」의 앞날은 한마디로 모호하다. 유력한 대선주자중 한사람인 이대표체제는 그동안 여권내에서 공론화되다시피 한 「경선관리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구도도 일순간에 혼미(昏迷)속에 빠져들었다. 벌써부터 당안팎에서 사실상의 「후계체제」가 들어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하다. 심지어 『경선이 이루어지긴 이루어지는 것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표 스스로 대표지명을 통보받기 전에는 측근들을 통해 『새 대표는 공정한 경선관리자라야 한다. 경선에 출마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는 그러나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것은 내 개인의 견해가 아니었다. 대표직 수행과 경선출마는 별개의 문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다른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공정한 경선관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파열음이 터져나온다. 당안팎에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튼 이대표로서는 기회이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자신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활동무대를 얻은 반면 「정치인 이회창」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과 갈수록 혹독해질 당안팎의 견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향후 여권의 경선구도는 이대표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과 끌어내리려는 원심력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 대목에서 가장 묘한 입장이 된 게 민주계다. 민주계의 「반(反)이회창정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패거리정치」「더러운 정쟁(政爭)」 등 그동안 이대표의 언행을 민주계는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최근 이대표가 『한보사태에 책임있는 정치인은 정치를 떠나라』고 말한 대목도 민주계를 극도로 자극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가 이대표를 지명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뜻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여 이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한다면 「이회창대세론」은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 당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민주계만 변수가 아니다. 李漢東(이한동)고문을 중심으로 한 민정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이대표를 앞서는 朴燦鍾(박찬종)고문의 거취도 이대표에게는 험로를 예고하는 암초다. 아무튼 이대표체제 출범은 당내 각 세력간의 이합집산을 가속화시킬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흑백을 분명히 가리는 이대표의 스타일로 미뤄 「친이회창파」와 「반이회창파」로 급속한 세력재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또 李洪九(이홍구) 李壽成(이수성)고문이 민주계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지금도 상존한다. 결국 이대표는 「대세론」을 타고 「대선주자」의 길로 질주하느냐, 아니면 도처에 도사린 암초에 걸려 좌초하느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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