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주체사상 金부자 권력세습에 이용』

  • 입력 1997년 2월 14일 07시 52분


망명동기 자술
망명동기 자술
【北京〓黃義鳳·孔鍾植특파원·朴濟均기자】 한국망명을 요청한 북한노동당 黃長燁(황장엽)국제담당비서는 지난 12일 『나는 우리 민족을 불행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문제를 좀더 넓은 범위에서 협의하고 싶은 심정에서 북(北)을 떠나 남(南)의 인사들과 협의해보기로 결심하였다』고 망명동기를 밝혔다. 북경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머물고 있는 황비서는 이날 영사부에서 작성한 자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나는 내 운명에 대하여는 시대의 흐름에 맡기고 나의 행동의 평가는 력사(역사)에 맡기려고 한다. 남과 북의 화해와 통일에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외무부가 13일 오후 공개한 이 자술서에서 황비서는 또 『조국을 통일한다고 떠들면서도 상대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떠들고 로동자(노동자) 농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지상사회를 건설했다고 떠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북한체제를 비난했다. 그는 이와 함께 『민족의 적지 않은 부분이 굶주리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서로 관심이 없이 시위만을 벌리고(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저로서는 리해(이해)하기 어렵다』고 한국측도 비판했다. A4용지 석장 분량의 이 자술서에서 그는 『가족들은 오늘로 내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나를 아는 모든 벗들도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주기 바란다』고 비장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황비서는 망명요청 직후 우리측 관계자에게 『나는 내가 만든 주체사상이 金日成(김일성) 金正日(김정일)부자의 권력세습과 권력유지의 도구로 이용되고 또 그 사상 때문에 수많은 인민이 헐벗고 병들고 굶주리게 된 북한의 현실이 너무나 한탄스러워 죄책감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황비서는 또 『나는 민족의 역사가, 민족의 사상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결과적으로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았다』며 『내 한 몸을 던져 북한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황비서는 이어 『지난 5천년 역사에서 우리만의 민족사상은 없다는데 생각이 미쳐 우리민족 고유의 사상, 우리민족 유일의 정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주체사상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내가 만든 주체사상이 오도된 북의 현실에 환멸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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