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황의봉 특파원]
○…황장엽의 망명요청 사실이 알려진 1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북경의 국제무역센터 3∼5층에 위치한 주중(駐中)한국대사관은 초긴장 분위기. 대사관 관계자들은 일제히 전화연락을 끊은 채 대책회의에 참석, 「중대발표」를 예고.
○…황이 최초로 망명요청을 했으며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일단」 알려진 북경의 한국공관은 표면적으로는 평온한 분위기. 그러나 삼엄한 경비하에 외부인의 출입을 일절금지. 한편 鄭鍾旭(정종욱)대사가 이날 오후 6시40분경 총영사관 문을 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목격돼 정대사와 황이 모종의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만발. 또 7시20분경에는 대사관측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잇따라 옷이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격.
○…황의 망명사실이 밝혀진 직후 일부 한국 특파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하자 북한대사관 직원은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며 강력히 부정. 이날 북한대사관은 평소와는 달리 한밤중까지 환하게 불이 켜진 모습이며 고급승용차가 들락거리는 등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
○…한편 이번 황의 망명에 앞서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일본망명설이 4,5일전부터 북경에서 끊임없이 유포. 부장급 이상의 고위인사가 이미 일본정부에 망명신청을 했고 북한체제를 지옥이라고 비평했다는 등 소문이 나돈 것. 황은 일본에서 열린 세미나 참석차 북경을 경유, 도쿄로 갈 때 일본대사관과 한국대사관에 모종의 언질을 했었다는 후문.
○…중국 공안은 이날밤 7시45분부터 한국총영사관에 경비병력을 증파, 총영사관으로 통하는 네군데의 골목을 완전 차단. 기관단총을 든 70∼80명의 경비병과 차량으로 길을 막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등 취재진들을 총영사관에서 30m이상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도록 조치. 이같은 움직임은 황의 신변을 보호하거나 제3의 장소로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전망이 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