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政街한파/與野반응]「공세」뒤엔 「짙은 불안감」

  • 입력 1997년 2월 6일 18시 55분


▼ 신한국 ▼ [李院宰 기자] 신한국당 당직자와 의원들은 6일 洪仁吉(홍인길)의원이 한보 비자금 수수설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들이 어둡다. 당내 분위기도 여느 때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출범 한 돌을 맞는 신한국당의 이날 유일한 공식일정은 고위당직자회의 뿐이었다. 그나마 李洪九(이홍구)대표위원이 5일 청와대주례보고 때 金泳三(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간단히 끝냈다.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 李相得(이상득)정책위의장 徐淸源(서청원)원내총무 등 당3역은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총장실에 따로 모여 1시간 남짓 구수회의를 했으나 논의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설연휴 기간에도 검찰수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한보사태합동조사위가 제기한 20대의혹에 대해서는 『야당자체의 의혹부터 자체조사하는 것이 순서』라고 반박하는 등 대야공세의 고삐를 계속 늦추지 않고 있다. 金哲(김철)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하루 자기들의 청렴성만 강조하면서 상대방을 음해해봤자 내일이면 피차 「공동망신」할 가능성이 많은 시국』이라며 야당측을 힐난했다. 김대변인이 시국의 불확실성을 거론한 것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설연휴에 따른 당직자와 사무처직원들의 귀향으로 이날 오후가 되자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일부 당직자와 사무처직원들만 밤늦게까지 남아 검찰수사진척상황과 언론보도 정치권동향을 점검하는 정도였다. ▼ 자민련 ▼ [李哲熙 기자] 權魯甲(권노갑)의원의 한보자금수수 「고백」으로 곤경에 빠진 국민회의에 대한 지원의 수위(水位)를 놓고 자민련의 고민이 작지 않다. 오랫동안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우당(友黨)관계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도 없지만 한보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판에 적극 나설 처지도 못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련은 일단 강도 높은 대여(對與)공세로 국민회의측을 거들고 있다. 金鍾泌(김종필)총재가 5일 『이런 엄청난 일을 누가 왜 했는지 밝혀내야지 「떡고물」 얻어먹은 것 밝히라는 게 아니다』며 검찰수사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엄호사격」의 성격이 짙다. 6일에도 자민련은 『청와대가 한보 수사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여당 한명, 야당 한명씩 「짝짓기」식 사법처리로 권력형비리라는 본질을 오도해서는 안된다』(金昌榮·김창영부대변인)고 지원사격을 계속했다. 하지만 자민련은 나름대로의 「적정선」을 넘지 않는다. 자칫 노골적인 지원으로 비칠 경우 자민련도 수사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국민회의가 다시 제기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해서도 자민련은 언급을 꺼리는 눈치다. 당직자들도 『아직 국민회의쪽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安澤秀·안택수대변인)이라며 다소 소극적인 자세다. 그러나 한보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자민련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韓英洙(한영수)부총재는 『야권의 두 김총재는 「동반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자민련이 있는 한 국민회의가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회의 ▼ [崔永默 기자] 국민회의가 한보사태와 관련, 대여(對與)「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6일 열린 긴급간부회의는 『당운(黨運)을 걸고 한보사태의 진상을 규명한다』고 결의했다. 또 이날 하룻동안 10여건이 넘는 성명과 논평을 쏟아냈다. 국민회의가 여측을 향해 겨냥하는 과녁은 여러가지다. 우선 청와대에 대해 「검찰수사를 원격조종하고 있다」고 화살을 겨눴다. 독립적 수사를 해야 할 검찰이 하루에 두번씩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보고하면서 진실을 은폐한다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한보게이트 진상규명의 장애물은 청와대』라고 단정했다. 두번째 과녁은 대선주자를 포함한 여권의 민주계다. 국민회의는 이날 『민주계조직인 「나라사랑 실천운동본부(나사본)」의 핵심인물들이 한보중역으로 재직중이며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아들인 賢哲(현철)씨와 친한 李忠範(이충범)변호사가 제일은행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고 폭로했다. 薛勳(설훈)부대변인은 『「한보게이트」는 위로는 청와대로부터 아래로는 한보직원에 이르기까지 김대통령의 사람들로 이뤄졌다』며 『그 진상이 밝혀지면 민주계는 일망타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번째 전략은 김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을 집요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연일 『현정권은 1조원을 쓰고 탄생한 정권』 『김대통령이 한보수사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선자금을 밝히는 일』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대응의 이면에 적잖은 고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 당내 비주류나 소장의원들 사이에서 권의원이 시인한 떡값에 대한 성토는 없으나 언제 불거져 나올지 몰라 당지도부가 신경을 쓰고 있다. 또 권의원이 받은 한보자금이 「외압」이나 「특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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