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개각 뒷얘기]공식발표前까지 계속 바꿔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7시 03분


정시채 농림부장관
정시채 농림부장관
金泳三대통령이 20일 단행한 改閣은 철저한 보안속에 이루어져 다시 한번 특유의 인사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尹汝雋청와대대변인이 이날오전 11시25분 기자실에 도착, 신임 각료명단을 공식발표할 때까지 청와대 주변에서는 관측이 수시로 뒤집히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 金대통령은 이날오전 10시 청와대에서 李壽成총리의 제청을 받아 신임 각료들에대해 협의한 뒤 10시30분께 尹대변인을 불러 인사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개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대대사 임명에 따른 일부 개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현직장관 6명을 비롯해 모두 장관급 9명이 바뀌고 안기부1차장과 경찰청장이 바뀌는등 「中幅」을 웃돌았다. ○…이번 인사의 사실상 하이라이트는 초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에 具本英과기처장관이 기용되고 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이 경질된 것. 초대 OECD대사는 金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서너차례에 걸쳐 『현직경제각료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혀 일찍부터 具장관과 朴장관이 물망에 올랐던 것이 사실. 전임 청와대경제수석 출신인 具장관은 駐美경제공사를 지내는 등 해외근무 경험이 풍부한 것이 이번 OECD대사에 전격 발탁된 배경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언. 다른 OECD 회원국 대부분이 OECD대사를 다소 직급이 낮은 차관급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OECD의 중요성을 감안, 장관급을 보내게 됐다는 후문. 문민정부 출범후 경제수석에 이어 통산장관을 지낸 朴장관은 그간 나름대로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국제수지 악화 등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경질된 케이스. 金대통령은 OECD가입을 계기로 무언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심기일전하는 차원에서 朴장관을 바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 金대통령은 처음에 朴장관에게 OECD대사직을 맡아달라고 했으나 朴장관이 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결국은 具장관에게 넘어가게 됐다는 후문. 신임 통산장관에 안광구 現통산차관이 승진 기용된 것은 전문성과 업무추진 능력과 함께 통산부 업무의 계속성을 중시했다는 평.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상하가 힘을 합해 난국을 돌파할 시기』라며 『업무를 새로 배울 시간이 없고 조직활성화를 위한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安차관이 발탁된 것 같다』고 평가. 鄭宗澤환경부장관은 그동안 취임이후 너무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일찍부터 경질이 점쳐져 왔었다. 후임에 姜賢旭신한국당의원이 기용된 것은 행정경험이 풍부한데다 여당의 「불모지」인 전북에서 한눈 팔지않고 굳세게 버텨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 한 관계자는 『姜의원은 무슨 일을 맡아도 잘하는 분 아니냐』서 『대통령이 언젠가는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소개. ○…丁時采전의원이 농림부장관에 기용된 것은 그동안 국민회의 金大中총재의 아성인 전남에서 묵묵히 고생해온 공로가 적극 배려됐다는 후문. 金漢圭전의원의 총무처장관 기용도 비슷한 케이스. 金전의원은 지난 92년 대선당시 「YS후보추대위」에 참여했고 민자당 총재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金대통령과「緣」이 깊은데다 TK지역 인사인 점이 적극 고려됐을 것이라는 게 정설. 이번 인사의 초점은 아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金德龍정무1장관의 교체와 후임장관에 辛卿植의원이 기용된 점. 여권의 대권후보 「九龍」에 속하는 金장관이 장관직을 떠난 것은 내년 신한국당 大權후보 레이스에 비추어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게 여권 주변의 대체적 분석. 金장관은 오래전부터 金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는데 드디어 이번에 받아들여졌다는 것. 한 관계자는 『金장관을 교체한 것은 문책이 아니라 정무직인 장관직에서 풀어줌으로써 대권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한번 뛰어보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 후임에 辛의원이 기용된데는 언론계 출신으로 정계인사들과 두루 친분관계가 있는데다, 3당합당시절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총재비서실장을 지내면서 金대통령을 성심성의껏 보필했던 점등이 작용한듯.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순수 민주계가 아닌 辛의원을 정무1장관에 임명한 것은 당내 계파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 金容鎭총리행조실장은 具장관이 OECD대사로 가면서 공석이 된 과기처에 곧바로 투입해도 리더십과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평가됐다고. 金基錫법제처장과 黃昌平보훈처장의 경질은 특별한 의미보다는 비교적 오래 재직해 자연스럽게 교체된 것으로 관가 안팎에서는 분석. 후임 법제처장에 宋宗義전대검차장이 기용된 것은 지난번 검찰총장 인사때 탈락된 점을 고려한 차원이라는 관측도. 朴一龍경찰청장은 국내 정보분야를 총괄하는 안기부 1차장에 전격 기용됨으로써 金대통령의 변함없는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케이스. 吳正昭안기부1차장은 그동안 고생해온 데 대한 배려로 이번에 장관인 보훈처장으로 승진됐다는 후문. 金光石경호실장과 金光洲경호차장이 각각 장,차관급으로 승진된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해 온 경호실에 대한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尹대변인이 개각내용을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늦게 발표한 것은 의외의 인물들이 대거 포함되는 바람에 갑작스레 인사자료 등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당초 예상보다 발표가 늦어진 것과 관련, 청와대 주변에서는 막바지 과정에서 신임 각료 인선 내용이 일부 뒤바뀌는등 숨가쁜 변화가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돌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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