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슴속 火 가라앉히려 노래 많이 불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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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상영회 찾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일합의 저버린 日교과서 왜곡에 분노

19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귀향’ 상영회의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조정래 감독, 강일출 박옥선 할머니, 월주 스님, 김군자 이옥선 할머니. 뒷줄은 배우들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9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귀향’ 상영회의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조정래 감독, 강일출 박옥선 할머니, 월주 스님, 김군자 이옥선 할머니. 뒷줄은 배우들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영화에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도 노래 많이 불렀지. 가슴에 심화(心火)가 들어 노래를 불렀어.”(이옥선 할머니)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불교계 국제구호단체인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스님) 주최의 영화 ‘귀향’ 상영회가 열렸다. 상영관을 꽉 채운 지구촌공생회 후원자 200여 명은 객석 앞에 나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9) 박옥선(93) 이옥선(90) 김군자 할머니(91)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김 할머니는 지구촌공생회에 빈곤국가교육지원금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부모님을 여의고 위안부로 끌려가는 바람에 어릴 때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옷 안 사 입고 아낀 돈을 기부하고 있다. 액수가 적어 부끄럽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할머니들은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 할머니는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가 사죄를 똑바로 해야 하는데 똑바로 못했다”며 “우리가 당한 일을 후세들에게 알려야 제대로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 학생들이 자기네 역사를 몰라 우리에게 물어보러 온다”며 “일본 정부에 교과서를 똑바로 쓰라고 요구했는데 오히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영화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영희 역으로 출연한 서미지, 분숙 역으로 나온 김시은 등 출연 배우, 지구촌공생회 홍보대사인 배우 강수연 전무송 등도 참석했다. 조 감독은 “영화가 흥행해서 너무나 감사하지만 2002년 처음 영화를 구상한 이후로 많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귀향’은 강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19일까지 약 340만 명이 관람했다. 11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에서 개봉했고 25일부터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으로 개봉관이 확대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귀향#위안부 피해 할머니#서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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