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후예 자존심 살려주며 인문교류로 경협 넓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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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駐이란 대사가 밝힌 기업전략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오랜 역사적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경제 교류에 앞서 인문 사회 교류를 통해 자존심을 세워준다면 좋을 것이다.”

37년 만에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만난 김승호 주이란 대사(54·사진)는 양국 간 교류 확대를 위해 무비자 방문과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국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예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 특수를 노리는 한국 기업의 전략으로 ‘회복’과 ‘다변화’를 강조했다. 제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對)이란 수출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5000억 원)였는데 지난해 수출은 60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김 대사는 예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하는 동시에 교역 분야를 ‘석유 가스 석유화학 토목건설’ 등 4가지 분야에서 보건의료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 소비재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돈 벌러 온다, 더 좋은 시장이 있으면 금방 가버린다’는 이미지를 줘선 안 된다. 이란은 한국이 생산라인을 세워 이란의 노동력을 이용해 제3국 수출까지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

김 대사는 양국 간 경제 체제의 차이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이란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아니므로 사업을 하려면 공적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 노동, 회계 분야의 법규나 적용이 불투명하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오랜 경제 제재 탓에 한국인에겐 심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김 대사는 “이란에 사막만 있는 게 아니다. 테헤란 도심에 있는 산에는 6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장이 있다”며 “중동 국가니까 불안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안전하고 친절한 나라”라고 말했다.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이해를 깊게 하려면 관광 교류가 중요하다. 이란의 이스파한이나 시라즈 같은 곳에는 페르시아 왕국의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이란에서 제작하면 어떨까.”

테헤란=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페르시아#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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