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8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시모집’의 기회균형선발Ⅰ 특별전형에 합격한 박지상 양(18·전남 진도고)과 이일규 군(18·서울 광문고)은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막연한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지상 양
박 양은 2학년 때인 지난해 진도의 도깨비굿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손님’을 쓴 이색 경력 보유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도에 천연두가 퍼지자 조정에서 뱃길을 끊으라는 명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박 양이 직접 그린 삽화도 담겼다. 이 소설은 다른 학생의 작품과 함께 올해 초 ‘진도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박 양은 한국장학재단 ‘인문 100년 장학금’ 인문학 부문 장학생으로 선발된 경력도 있다.
영문학과 진학을 계획 중인 박 양의 꿈은 한영 번역가다. 언어적 장벽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 작품을 세계에 전파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입학 후에는 당장 언어학 관련 교양 수업을 수강할 계획이다. 박 양은 “아무래도 (일반전형 학생과) 영어 실력에서 격차가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도 “시, 서화가 유명한 진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동기와 나누고 싶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일규 군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 군은 어릴 적 겪은 불의의 사고를 견뎌 낸 정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잃은 그는 봉합 수술 이후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다는 자기 주문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경제학자를 꿈꾸는 이 군은 대학 입학 후 당장 토론 동아리부터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를 꿈꾸게 된 것은 경제학이라는 학문과 사람들의 실제 삶 사이의 괴리를 좁혀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군은 “중학교 때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며 “대학에서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내년도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으로 총 2286명을 선발했다. 정원 외인 기회균형 선발특별Ⅰ 전형은 164명을 뽑았다.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1240명으로 전체의 50.6%고 경쟁률은 7.4 대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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