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굿 소재 소설 내고… 네 손가락 잃고도 학업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서울大 수시 이색합격자 2人

서울대가 8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시모집’의 기회균형선발Ⅰ 특별전형에 합격한 박지상 양(18·전남 진도고)과 이일규 군(18·서울 광문고)은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막연한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지상 양
박지상 양
박 양은 2학년 때인 지난해 진도의 도깨비굿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손님’을 쓴 이색 경력 보유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도에 천연두가 퍼지자 조정에서 뱃길을 끊으라는 명을 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박 양이 직접 그린 삽화도 담겼다. 이 소설은 다른 학생의 작품과 함께 올해 초 ‘진도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박 양은 한국장학재단 ‘인문 100년 장학금’ 인문학 부문 장학생으로 선발된 경력도 있다.

영문학과 진학을 계획 중인 박 양의 꿈은 한영 번역가다. 언어적 장벽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 작품을 세계에 전파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입학 후에는 당장 언어학 관련 교양 수업을 수강할 계획이다. 박 양은 “아무래도 (일반전형 학생과) 영어 실력에서 격차가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도 “시, 서화가 유명한 진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동기와 나누고 싶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일규 군
이일규 군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 군은 어릴 적 겪은 불의의 사고를 견뎌 낸 정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잃은 그는 봉합 수술 이후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다는 자기 주문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경제학자를 꿈꾸는 이 군은 대학 입학 후 당장 토론 동아리부터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를 꿈꾸게 된 것은 경제학이라는 학문과 사람들의 실제 삶 사이의 괴리를 좁혀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군은 “중학교 때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며 “대학에서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내년도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으로 총 2286명을 선발했다. 정원 외인 기회균형 선발특별Ⅰ 전형은 164명을 뽑았다.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1240명으로 전체의 50.6%고 경쟁률은 7.4 대 1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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