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라키 레이코 “개도국 의사 교육하는 한국, 하늘나라 남편도 뿌듯해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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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前 WHO 사무총장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 방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 마련된 이종욱 자료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 마련된 이종욱 자료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워낙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꿈이 많았던 사람이라 ‘이종욱 펠로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서 무척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한국인 최초로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70). 18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남편을 떠올리며 “개발도상국 의료진을 교육하기 위해 이종욱 펠로십을 만들었는데, 벌써 이를 거쳐 간 의료진이 올해 450명을 넘어섰고 내년이면 500명을 돌파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가부라키 여사는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971년부터 경기 안양시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다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온 이 전 사무총장을 만났다. 1976년 결혼한 두 사람은 이 전 사무총장이 본격적으로 WHO 활동을 시작한 1983년부터 스위스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생활했다.

현재 페루에서 사회봉사 중인 가부라키 여사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펠로십을 주관하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마련한 ‘이종욱 자료실’을 둘러보고 ‘이 전 사무총장 기념 중·고교생 그림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인터뷰는 조만간 개관할 예정인 서울 중구 KOFIH 사무실 내 이종욱 자료실에서 열렸다.

그는 “이 전 사무총장은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지인들에게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며 “지금처럼 개도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습을 봤다면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뿌듯해했던 것 이상으로 즐거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부라키 여사는 현재 페루 수도 리마 인근 빈민가에서 빈민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파카 손뜨개 공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총 14명의 여성이 뜨개질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02년 처음 공방을 운영할 때만 해도 한 해 수백 달러를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수년간은 1만5000∼1만8000달러까지 판매가 늘어났다.

가부라키 여사는 “현재 공방에서 만드는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의 제품은 주로 일본과 스위스 사람들이 구매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루의 열악한 의료 사정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그는 “현재 페루의 의료 사정은 1970년대 한국의 모습이 연상되는 상황”이라며 “20∼30년 만에 수준 높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춘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종욱 펠로십에서도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의료진에게 많은 교육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한국 출신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배출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국제기구 진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부라키 여사는 “국제기구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장”이라며 “국제기구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전에 ‘봉사하는 삶’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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