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8일만에 관객 100만명 넘긴 독립다큐 ‘님아…’ 진모영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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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부부의 순수한 사랑, 그 비결은 작은 배려”

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의 발목을 잡은 복병은 시골 노부부였다.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사랑과 사별을 그린 독립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14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18일 만으로 독립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293만 명)보다도 19일이나 빠르다. 영화계에서는 조만간 ‘워낭소리’를 넘어설 걸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186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님아…’는 13일 현재 700개 스크린 이상 늘어났다. 누적 매출액도 14일까지 80억 원 가까이 돼 제작비(1억2000만원)의 60배를 훌쩍 넘겼다.

‘님아…’는 18년간 독립PD로 활동해 온 진모영 감독(44·사진)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진 감독을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독립영화 100만 관객은 상업영화 1000만 관객보다 어렵다던데….

“독립 다큐를 만드는 이들에겐 100만은 정말 엄청난 의미다. 보통 1만∼2만 명이 들어도 성공이니까. 독립영화의 대중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주인공 조병만 할아버지 첫 기일 즈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날 외손자 분이 그 얘길 하더라. 평소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하늘의 별을 따주겠다’고 농담했는데, 그 별이 뭔지 알겠다고. 할아버지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노인이 등장하는 다큐는 흥행 공식과 거리가 멀지 않나.

“흥행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많은 관객이 영화 속 노부부의 사랑을 순수하고 완벽한 사랑의 모델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이들의 진실한 사랑에 자신의 바람을 투영하는 것 같다.”

―주인공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2011년 TV에서 화제가 됐다. 촬영 계기가 궁금하다.

“KBS TV ‘인간극장’에 나온 걸 보고 제작에 쫓기는 TV 다큐로 끝내 버리기엔 아까웠다.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고 싶었고 1년 정도 촬영하면 큰 흐름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년 3개월간 틈틈이 찾아가 400시간 정도 촬영했다. 자주 찾아뵈니 나를 막내아들처럼 생각하셨다.”

―커플 한복 입는 것을 비롯해 부부 금실이 너무 좋다 보니 연출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두 분은 강원 횡성 지역 신문에서 장날마다 커플 한복을 입고 손잡고 다니는 부부로 소개된 적 있다. 가난했던 시절엔 그런 차림을 못했다가 형편이 좋아진 70대 이후 한복을 입으셨다고 한다. 두 분이 평소에도 유머가 넘치고, 사랑을 습관처럼 나눴다. 촬영 초반엔 검증 차원에서 카메라 없이 방문하거나 불쑥 찾아가곤 했는데 늘 일관됐다.”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나.

“횡성을 떠나 서울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영화가 잘된다는 얘길 듣고 많이 기뻐하셨다. 영화를 여러 번 보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보려고 자꾸 극장에 가시는 것 같다.”

―76년간 해로한 노부부에게 느낀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장미 1000송이를 주고받는 이벤트가 아닌 작은 습관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삐친 머리를 빗겨주거나 외출 시 신발을 돌려 놔주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노부부#님아#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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