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4년째… 까까머리에 깡마르고 담배피우며 詩쓰는 류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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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에 시달리는 中 노벨상수상자의 아내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 낭송회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 씨가 사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홍콩 핑궈일보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 낭송회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 씨가 사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자작시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홍콩 핑궈일보
“말을 할 수 없는 날들이 너무 오래야.”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59) 박사의 부인으로 4년째 가택 연금 중인 류샤(劉霞·55) 씨가 자작시를 낭독하는 동영상이 미국에서 공개됐다.

16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14일 뉴욕에서 미국 PEN 등의 주최로 열린 시 낭송회에서 류 씨는 지난해 말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자작시 2편을 읽어 내려갔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깡마른 몸에 까까머리를 하고 창백한 표정으로 한 손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든 채 연금생활의 비참한 현실을 시로 읊었다.

이날 등장한 시는 ‘술을 마시다(喝酒)’와 ‘무제(無題)’ 등 2편. 그는 20행의 ‘무제’에서 자신을 홀로 선 나무에 빗대 고독감을 드러냈지만 “나무로 일평생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지 않니? 힘들어도 서 있어야 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나무에 새를 그리면 훨씬 예쁠 텐데. 나는 늙고 눈이 멀어 볼 수가 없어”라며 절망감을 표현했다.

25행의 ‘술을 마시다’에서는 외부와 접촉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다. “형과 술 마시러 가기 전에 전화선을 뽑을 거야. 전에 많이 마시고 돌아와 언제나 언제나 참을 수 없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지. (중략) 아무도 술 취한 사람의 헛소리를 듣기 원하지 않아”라는 내용이다.

이날 함께 공개된 6분 분량의 또 다른 동영상 ‘철창 안의 아내’는 2012년 촬영된 것으로 많은 친구들이 류 씨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하다 마침내 그해 12월 28일 류샤오보의 생일날 그와 만나는 장면을 담았다. 밤늦은 시간에 밖에서 레이저포인터를 류 씨의 침실 창문에 쏘아 연락이 닿는 장면도 있다.

류 씨의 친지들은 그의 가택연금 생활이 옥중의 남편만 못하다고 주장한다. 극심한 신경쇠약을 앓는 데다 생활도 몹시 곤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경제적으로 돕던 남동생 류후이(劉暉) 씨가 최근 횡령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데다 소송비로 거액을 썼기 때문. 류 씨는 남동생의 혐의가 당국의 박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유명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의 부인 쩡진옌(曾金燕) 씨는 15일 홍콩에서 류 씨를 대신해 △정신병을 치료하고 △남편 류샤오보와 편지를 왕래할 수 있도록 하고 △일을 해 수입이 생기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류 씨는 집 대문 앞에 공안이 서 있는 등 24시간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와 접촉하려던 홍콩 기자가 감시원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노벨상#류샤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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