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할머니들, 한글공부 5년만에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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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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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 흙사랑 한글학교 9명 ‘웃음과 감동∼’ 펴내

한글을 모르고 ‘까막눈’으로 살던 시골 할머니들이 한글학교에서 글을 깨치고 그 소감과 인생의 여정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충북 보은군의 문예교육기관인 ‘흙사랑 한글학교’(대표 임재선)는 이곳에서 한글을 배운 할머니 9명이 글을 배운 뒤 변화된 삶 등을 담은 글을 모아 ‘웃음과 감동, 나만의 자서전’(무진장출판·100쪽·사진)을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학교에 5년 이상 다니며 한글을 배운 임재선(70) 이후순(60) 김상순(77) 장양자(71) 박순희(72) 임인예(78) 함영복(75) 손순덕(72) 한구임 할머니(75)가 그 주인공이다. 임재선 할머니는 “선머슴처럼 살아온 어린 시절과 앞만 보고 살아온 젊은 날의 삶을 써봤다”며 “한글학교에서 글을 배우면서 비로소 생각을 글로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 할머니는 먼저 하늘로 보낸 작은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손 할머니는 6·25전쟁 때 겪은 가족과의 힘겨운 나날들을 글로 풀어냈다.

박옥길 한글학교 사무국장(46)은 “할머니들이 1년 동안 매주 자서전 쓰기 교육에 참가해 기억 속 장면들을 글로 표현해 책으로 엮었다”라며 “책 속에 담긴 어머님들의 삶은 요즘 젊은이가 가슴속에 담아두어야 할 교훈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 삼산리의 흙사랑 한글학교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낮 12시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10여 년째 한글과 수학 영어 등을 가르친다. 현재 수강생은 50여 명. 이 중 5명은 초등학교 졸업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이 학교는 22일 오후 7시 보은문화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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