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빈민촌에서 한국교육의 모델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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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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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도마을 돕기 팔 걷은 ‘꿈꾸는 다락방’ 작가 이지성씨

이지성 작가가 올해 3월 세계 3대 빈민 도시인 필리핀 마닐라 톤도를 방문해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작가는 지난달 이곳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을 펴냈다. 기아대책 제공
이지성 작가가 올해 3월 세계 3대 빈민 도시인 필리핀 마닐라 톤도를 방문해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작가는 지난달 이곳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을 펴냈다. 기아대책 제공
이지성 씨(38)는 ‘잘나가는’ 작가다. ‘꿈꾸는 다락방’ 등 자기계발서 세 권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뒤부터 그의 독서법 강연에는 늘 2000명 이상이 몰린다. 팬 카페 회원은 6만5000명이 넘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문고전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올 정도다.

‘잘나가는’ 이 작가가 지난달 9일 ‘덜 나가는’ 책을 냈다. 세계 3대 빈민 도시인 필리핀 마닐라 톤도의 이야기를 담은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다. 260만 권 넘게 나간 ‘꿈꾸는 다락방’과 달리 이 책은 이달 7일까지 1만여 권 팔렸다.

5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강연회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안 팔릴 걸 알고 쓴 책”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1년간 톤도 이야기를 알리는 데만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세도 전부 필리핀의 빈민도시 개발에 쓰기로 했다. 그에게 톤도는 어떤 의미일까.

이 작가는 올해 초 동아일보가 연재한 ‘또 다른 울지마 톤즈―빈민촌의 코리안’ 시리즈에서 톤도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지 교육센터에서 12년째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숙향 선교사(53·여)의 이야기를 읽은 뒤 마음에 싹이 텄다.

▶본보 1월 11일자 A2면 참조
[또 다른 ‘울지마 톤즈’ 빈민촌의 코리안]<3> 필리핀 톤도 파롤라 마을 돌보는 김숙향 씨


김 선교사는 가난에 찌들고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면 더 많이 베풀 수 있는지’에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아이들이 김 선교사의 가르침을 받은 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는 모습은 이 작가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이 작가는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데에만 몰두해 주변을 돌아보는 ‘나눔의 삶’을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올해 3월 팬 카페 ‘폴레폴레’ 회원들과 함께 4750만 원을 모아 톤도 교육센터에 기부한 데 이어 현재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아프리카에 학교와 병원 100채를 짓는 ‘사랑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가 새 책을 알리는 데 열중하는 이유도 인세를 모아 필리핀의 또 다른 빈민촌 파야타스에 빵 공장과 학교를 짓기 위해서다. 빵 공장이 생기면 일자리와 값싼 먹거리가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이 작가는 톤도 교육센터에서 한국 교육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필리핀 최고의 명문대인 국립 필리핀대를 졸업하고 다국적기업의 억대 연봉 제안을 뿌리친 채 톤도 교육센터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지 봉사자를 만나고 난 뒤의 감회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 작가는 “한국 교육은 ‘승천하는 용’을 만들지 몰라도 자신이 태어난 개천으로 돌아오는 용은 키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지라’고만 강조하는 한국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따뜻한 풍경이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대선후보들이 자립형사립고를 그대로 둘지 말지를 놓고 다툴 뿐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쓰레기 더미 같은 빈민촌에서도 희망을 찾은 것처럼 한국도 우등생보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필리핀#교육#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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