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종합상황실에서 제어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는 김영목 코엑스 안전관리팀장. 코엑스 제공
김영삼 전 대통령 경호수행과장 시절의 김영목 팀장. 김 전 대통령 오른쪽 뒤쪽에 있는 사람이 김 팀장이다. 김영목 팀장 제공“나, 갔다 올게.” 김영목 코엑스 안전관리팀장(54)에게 “갔다 올게”라는 아침 출근길 인사는 여전히 생소하다. 20년간 청와대 경호원 생활을 할 때 하던 아침인사는 언제나 “갈게” 두 글자였다. 김 팀장은 “목숨을 방패 삼아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 직업 특성상 ‘반쪽’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자신 있게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1985년부터 2004년까지 청와대 경호원으로 일했다. ROTC 19기로 임관해 특전사 9공수여단에서 군복무를 하던 중 1985년 청와대 경호실 특채시험에 합격하며 경호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5명의 전직 대통령 곁을 지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5년간 현장경호를 담당하는 수행과장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청와대 관저 경호를 총괄하는 관저부장을 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8년 하야한 뒤 백담사에서 칩거할 때 함께 2년간 백담사에 머물기도 했다. 그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깨끗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고 싶어 매일 아침 새 속옷을 입고 출근하는 비장한 각오와 긴장감이 연속되는 시절이었다”고 청와대 경호원 생활 20년을 회고했다.
김 팀장은 계급정년을 맞은 2004년에 청와대 경호실을 나와 코엑스 안전관리팀장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질 만도 하지만 그는 “다를 바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하루 유동인구가 13만 명에 이르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안전관리와 이곳을 방문하는 중요 인사에 대한 경호업무를 책임지는 일은 청와대 생활만큼 긴장의 연속이라고 했다. “20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갈고닦은 경호 경험이 없다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넘치는 일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 팀장의 경호 능력은 코엑스에서 각종 세계적인 행사가 치러질 때마다 빛을 발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와 올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는 청와대 경호실과 김 팀장 간의 긴밀한 협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대통령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는 청와대 경호실과 군, 경이 경호를 담당하지만 사전 점검과 현장 경호는 코엑스 안전관리팀이 늘 동행한다”며 “코엑스 측에서 청와대 경호실 출신인 나를 기용한 것도 청와대와의 차질 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경호에 만전을 기하라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와 마찬가지로 요즘도 매일 오전 4시 5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때에도 휴대전화를 비닐봉지에 넣어 손에 쥔 채 탕에 들어간다. “사람의 목숨에 지위고하가 있을 수 없고, 군인과 경호원으로 살 때뿐 아니라 지금도 내 실수가 사고로 직결된다는 책임감을 항상 달고 다닙니다.”
김 팀장은 24시간 긴장 속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고도 했다. “한때 대통령을 경호했고, 현재 코엑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가족에게는 든든한 아버지와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