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열광… K팝, 파리의 혹한 녹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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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최고 공연장 베르시 스타디움서 환상 무대

프랑스 전역을 며칠째 꽁꽁 얼려버린 동장군도 한국 케이팝(K-pop) 열기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소녀시대와 샤이니 등 8개 그룹의 합동 공연이 8일 밤 파리 베르시 스타디움에서 1만여 명의 열성적인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3시간 동안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KBS ‘뮤직뱅크’가 올해 처음 월드투어로 마련했다.

팬들은 프랑스의 각 지방은 물론이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지에서도 날아왔다. 공연 시작 전부터 파도타기로 분위기를 돋운 팬들은 화면에 아이돌 스타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함성을 질렀다.

공연은 소녀시대와 샤이니, 2PM, 비스트, 포미닛, 티아라, 유키스, 씨스타 등 출연진이 모두 나와 프랑스의 국민찬가 ‘오 샹젤리제’를 열창하며 시작됐다. 이어 유키스의 ‘만만하니’로 시작된 무대는 잠시도 쉴 틈 없이 환상적인 춤과 조명, 화려한 영상 그래픽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팬 대부분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공연 중간에 무대 옆에서 아이돌 스타를 보며 소리를 지르다가 흥분한 나머지 실신해 실려 나간 팬들도 있었다.

공연의 대미는 최근 미국의 주요 토크쇼에 출연해 주목을 끈 소녀시대가 장식했다. 소녀시대는 특유의 매력적이고 절도 넘치는 춤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고 관객들은 ‘소원을 말해 봐’ ‘훗’ ‘더 보이스’ 등을 쉬지 않고 따라 불렀다.

보르도에서 온 여대생 클레르 씨(20)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공연 이후 주변에 케이팝 팬들이 더 늘고 있다”며 “베르시에서 케이팝 공연을 보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파리 최고의 공연장인 베르시 스타디움은 이날 한국의 아티스트에게는 처음으로 대관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SM 소속 그룹의 파리 공연과 뮤직뱅크의 도쿄 공연을 직접 본 프랑스의 카랑바 기획사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공연 직전 열린 아이돌 그룹의 합동 기자간담회에는 프랑스2, 르몽드 매거진, 카날플뤼스, 파리마치 등 유력 언론과 54곳의 현지 매체가 참여해 케이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KBS 김인규 사장은 “문화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시작된 케이팝의 열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크 랑 의원과 교육부 관계자, 박흥신 주프랑스 한국대사 등도 참석했다.

앞서 8개 공연팀이 7일 오전과 오후 2개조로 나눠 입국한 파리 드골 공항에는 한류팬 5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지난해 이미 모습을 보인 소녀시대는 물론이고 파리에서 첫 공연을 펼치는 2PM, 포미닛, 티아라 등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나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고 일부 팬은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뮤직뱅크는 KBS 월드를 통해 전 세계 72개국에 동시에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이날 공연은 한국에선 18일 밤 11시 5분에 방영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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