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4차례 美방문 6·25참전용사 위문활동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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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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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마운 마음 다 전하지 못했는데 노병들 점점 줄어…”

《22일 낮(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에 있는 재향군인병원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채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국인 노신사의 손을 꼭 잡은 6·25전쟁 참전 노병은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고맙다”고 힘겹게 되뇌며 눈물을 쏟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병의 어깨를 다독이던 노신사의 눈가도 붉어졌다.》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이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재향군인병원 중환자
실에서 투병 중인 6·25전쟁 참전용사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심호명 회장 제공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이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재향군인병원 중환자 실에서 투병 중인 6·25전쟁 참전용사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심호명 회장 제공
병색이 짙은 이 노병은 드웨인 와일리 씨(78)로 18세 때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중상을 입고서 평생 투병 생활을 해왔다. 휠체어에 의지해 두 사람 곁을 지키던 다른 참전 노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인 노신사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해 참전용사 위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68).

심 회장은 4년 전 유엔 산하 비정부기구인 밝은사회국제클럽(GCS)의 한국본부 중앙클럽회장 자격으로 6·25전쟁의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과 함께 미 참전용사의 아픔을 목격한 뒤부터 본격적인 위문 활동에 나섰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죽거나 다친 영웅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더 늦기 전에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작은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19일 미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타넬라 시의 샌와킨밸리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자비로 제작해 현지로 가져간 참전용사 소형 추모비의 제막식을 가졌다. 이 묘지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캘리포니아 주 출신 전사자 2495명이 잠들어 있다.

21일엔 6·25전쟁 당시 경기 연천 일대에서 공산군과 격전을 치른 미 육군 40사단을 방문한 뒤 역대 사단장과 참전용사 및 가족 초청행사를 열었다. 미 40사단 장병 1만5000여 명은 1952년 연천 전투를 치른 뒤 가평에 머무르면서 성금을 거둬 첫 전사자인 케네스 카이저 하사의 이름을 딴 가평고등학교를 설립한 인연이 있다.

22일엔 웨스트보훈병원을 찾아 투병 중인 참전용사들을 위문하고 생필품을 전달한 그는 “2007년 첫 방문 때 30명이던 노병이 해가 갈수록 하나둘 숨을 거둬 10여 명으로 줄었다. 아직 고마움을 다 전하지도 못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처음엔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것으로 여겼던 현지 교민과 관계자들도 심 회장의 진심을 보고선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 하원도 심 회장의 지속적인 참전용사 위문 활동에 대한 감사 결의안을 채택하고 17일 주도(州都)인 새크라멘토를 방문한 심 회장에게 주정부 명의로 감사장을 전달했다.

심 회장은 올 하반기부터 터키와 호주, 에티오피아 등 16개 참전국으로 참전용사 위문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힘닿는 데까지 각국 참전용사를 찾아가 감사와 고마움의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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